가계대출 연간 기준 사상 첫 감소…연체율은 '빨간불'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3.02.21 14:24  수정 2023.02.21 14:44

4분기만 7조6천억 급감 '역대 최대'

금리 인상 충격…건전성 악화 우려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우리나라 가계대출 규모가 지난해에만 8조원 가까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이 연간 기준으로 줄어든 건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지난해 막판 석 달 동안에만 7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치솟는 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대출이 한 풀 꺾인 모양새지만, 동시에 꿈틀거리기 시작한 연체율은 은행 등 금융권에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49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조5000억원 줄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전년 말과 비교하면 가계대출은 7조8000억원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가계대출이 감소한 건 역대 처음이다.


다음달 결제되는 신용카드액 등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도 1867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4조1000억원 줄었다. 가계신용 역시 39분기, 즉 약 10년 만에 첫 감소 전환이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이유는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DSR 등 핵심 대출규제가 지속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대출규제는 풀리지 않으면서 수요가 줄고, 고금리가 부담스러운 차주들이 빚 갚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12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조7000억원 늘었는데, 주택 거래가 부진하면서 증가 폭은 지난해 3분기(6조5000억원)보다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736조7000억원)도 12조2000억원 줄며 5분기 연속 감소했다.


눈덩이 처럼 쌓이던 가계대출이 꺾인 것은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청신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 9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민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상승 압력과 그에 따른 금리 상승은 대출자의 채무 상환 능력에 부담을 주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빚 불안'은 한숨 덜었지만, 빚이 낳은 건전성 문제는 여전히 적신호다. 고금리 시대 일부 여유자금이 있는 차주들은 빚을 갚고 있지만, 대출 연체율은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19%로 같은 해 9월 보다 0.03%p 상승했다.


중·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대출 연체율도 꿈틀거리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49%로 전년 대비 0.27%p 상승했다. 아직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케이뱅크도 3분기까지 연체율이 0.67%로 꾸준히 상승세다.


중·저신용자 이용률이 높은 저축은행 신용대출의 잠재부실률도 지난해 10월 말 8.95%까지 올랐다. 잠재부실률은 전체 차주 가운데 30일 이상 연체한 차주의 비율을 뜻한다. 전체 대출액 대비 연체 금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연체율에 비해 소액대출 차주의 부실 추이까지 나타낸다. 장기 카드대출(카드론) 잠재부실률도 5.0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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