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다작’ 독 됐나…‘평범해진’ 연상호 감독 향한 우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01.23 10:14  수정 2023.01.23 10:15

전작 ‘괴이’ 이어, 이번에도 강한 호불호 일으킨 ‘정이’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이’가 시청자들의 엇갈린 평을 받고 있다. 전작인 ‘괴이’에 이어 또 한 번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 ‘부산행’ 통해 K-좀비가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이후, 스크린으로 OTT로 부지런히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으나, 이것이 독이 된 것일까. 상상력은 줄어들고, 완성도는 낮아지고 있다는 아쉬운 평가들을 듣고 있다.


ⓒ넷플릭스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정이’가 지난 20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정이’는 지난 21일, 22일 모두 넷플릭스 영화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공개 하루 만에 정상을 탈환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이를 유지하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평가 면에서는 다소 엇갈린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폐허가 된 지구가 아닌, 우주 공간 쉘터라는 색다른 비주얼이 이목을 끄는 한편, 이를 채우는 서사는 지나치게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용병 정이(김현주 분)와 그의 뇌를 복제해 전투 A.I.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책임자이자, 그의 딸 서현(강수연 분)의 감정을 설명하는데 상당 부분을 할애하면서 기존 관객들이 늘 한국 영화의 한계로 지적하던 신파가 큰 걸림돌이 된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흔히 말하는 신파, 최루성 멜로라고 하죠. SF에 그런 면들을 결합하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눈물을 흘리게 하는 멜로 드라마가 요즘 영화에서는 손쉬운 선택이나, 일종의 조롱으로도 쓰이기도 하는데, 그러한 멜로 드라마가 가진 힘에 빠져 있었던 시기에 이 작품을 썼었다. 외국에서 보면 그 부분을 신기해하기도 한다. 그 부분이 SF와 만나면 어떨까 싶었다”라고 의도한 신파라는 설명을 했으나, 일부 시청자들과의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정이’에도 연상호 감독만의 새로운 도전이 담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배우 강수연은 결국 유작이 된 이 작품을 통해 10여 년만에 복귀를 시도했었으며, 김현주는 A.I. 용병과 인간 정이를 오가며 화려한 액션까지 소화했다. 다만 새로운 세계관, 그리고 이곳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전개, 또는 메시지 등 대중들이 연상호 감독에게서 기대하던 신선함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 아쉬운 지점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전작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에서도 다소 부족한 완성도로 혹평을 받은데 이어, 또 한 번 역량을 의심받았다는 것이다.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 ‘괴이’ 역시도 설정의 신박함에 비해 이를 채우는 내용은 평범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짐작 가능한’ 전개가 이어진다는 것이 혹평의 가장 큰 이유가 됐었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 통해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포착, 이를 은유적으로 그려내며 그만의 시선을 뚜렷하게 드러내 주목을 받았었다. 이후 2016년,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좀비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영화 ‘부산행’ 통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중성까지 인정을 받았다. 특히 이 작품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한국형 좀비 이야기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었다.


대중들에게도 통하는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자, 여러 플랫폼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후 영화 ‘염력’, ‘반도’부터 드라마 ‘방법’, ‘지옥’, ‘괴이’,‘ 정이’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작품들을 내놓으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내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최근들어 유독 아쉬운 결과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늘어나면서 ‘휴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완성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개의 탄탄함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연상호 감독의 ‘열일’이 독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콘텐츠의 숫자가 늘어나며 여러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이에 작품의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 연상호 감독의 최근 작품들이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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