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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 속 반도체 …미중 패권 다툼에 자국 우선주의까지


입력 2023.01.19 11:48 수정 2023.01.19 11:49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바이든의 '中 규제' 압박에 네덜란드·日 불편한 기류

반도체 강국, 첨단 기술력 무기로 동맹 또는 견제 전략 택할 듯

韓, 메모리 초격차 전략 유지하되 시스템 반도체도 속도 내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AP/뉴시스

미국이 일본, 네덜란드 등 반도체 기술 강국을 대상으로 '중국 옥죄기'에 동참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가운데 이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관심이 쏠린다.


이들이 대중국 수출 규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것은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고조되는 미중 패권 다툼 속 '자국 우선주의' 색채가 짙어지면서 반도체 패러다임은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띄는 모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네덜란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의지를 밝히며 이들 국가의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강력한 수출통제를 실시한 뒤 우호국을 대상으로 협력을 촉구해왔는데,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각국 정상들을 압박한 것이다.


중국과의 공급망 싸움에서 이기려면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춘 네덜란드·일본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수출제재에 보조를 맞춰야만 반도체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장비 시장은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이 과점 체제 양상을 띠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장비 시장점유율은 미국 AMAT가 19.2%로 1위이며, 네덜란드 ASML(17.5%), 일본 도쿄 일렉트론(15.3%)이 뒤를 잇고 있다. 특히 AMSL은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업체로, 중국이 이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의 강력한 '중국 압박' 제안에도 일본과 네덜란드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네덜란드는 미국의 제안에 전적으로 따르지 않겠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리에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통상장관은 1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TV에 출연해 "미국이 지난해 10월 새로운 규칙(대중국 수출 규제)을 들고 나오면서 운동장이 바뀌었다"며 "우리는 그 제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일본도 긍정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규제 질문이 나오자 "지금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삼가겠다"며 입장을 내놓는 것을 피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각국에서 다른 기류가 감지되는 것은 반도체가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을 좌우할 핵심축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생산장비 등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일본은 소재·장비,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이유가 이 때문이며 이해관계 중심에 있는 일본, 네덜란드가 자국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2라인.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2라인. ⓒ삼성전자

국가별 공급망 전략이 앞다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만, 일본, 네덜란드 등 분야별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들은 필요에 따라 손을 잡거나 견제 수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연합전선을 구축하겠지만, 기술 초격차 전략이나 시장 활로 확보 등을 위해서는 철저하게 자국 중심주의 정책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ASML의 경우, 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하게 되면 매출 5%가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미국의 전략에는 동의하되 최대한 실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수요산업을 고려할 때 현재 어느 한쪽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네덜란드, 일본은 향후 반도체 산업 공급망 재편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자국 산업 이익과의 균형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안보 동맹과 더불어 경제 실리를 취해야 하는 '절묘한 균형'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초격차 기술 전략을 유지하는 한편 반도체 설계·위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긴 호흡을 갖고 연구개발(R&D) 및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미래전략산업'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이 미흡하다"며 "팹리스 생태계 강화, 팹리스·학계와 파운드리간 연계·협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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