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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횡령 사건과 감사제도


입력 2022.12.30 05:05 수정 2022.12.30 05:05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금횡령 내부통제 점검 철저

잇따른 기업 횡령 사건…보여주기식 감사제도 한계

경영진 의지로 사내 감사 시스템 바꿔야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지난 몇 년간 금액이 수 십억원에 이르는 대형 횡령사건이 여러 건 발생했다. 민간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금융업에서도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했고, 심지어는 공공기관에서도 발생했다. 대부분은 횡령 사건이 있었는지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한참이 지난 후 우연한 계기로 발견되었다.


횡령을 찾아낼 책임은 1차로는 기업의 업무집행이사들에게 있다. 이사의 가장 중요한 직무는 대표이사를 포함하여 다른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사의 두 번째 중요한 직무는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다. 횡령을 적발할 2차적 책임은 사후감사를 담당하는 감사(위원)에게 있다.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할 권한이 있다. 권한이라지만 사실은 의무다.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 감사의 직무집행 감사권은 업무감사권과 회계감사권으로 나누어진다. 이 밖에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기업들은 외부감사인들이 횡령을 발견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한국 감사 및 감사위원회는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가. 감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위와 같은 횡령사건이 발생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비록 감사가 횡령사건을 적발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감사가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일도 드물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일본 최고법원 2021년 7월 19일 제2소법정 제1968호 손해배상청구사건 판결에서는 감사에게 엄격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고 있다.

잇따른 상장사 횡령…보여주기식 감사제도 한계

이 사건은 비상장 회사인 원고가 그 회사 경리담당 종업원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수회에 걸쳐 예금잔고증명서 위조 등의 수법으로 2억 3523만 엔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감사(監事)의 임무해태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이다. 피고 감사는 이 사건 종업원이 제출한 잔고증명서가 위조되었다는 점을 알아채지 못한 채, 이와 회계장부 등 재무제표에 표시된 정보가 회계장부 등의 내용에 합치한다는 확인을 했다. 나아가 매년 감사보고에서 위 재무제표 등이 원고 회사의 재산 및 손익의 상황을 모든 중요한 점에 있어서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다는 의견을 표명해 왔다.


원심인 도쿄고등재판소는 감사(監査)의 범위가 회계에 관한 것에 한정되어 있는 감사(회계한정감사)는, 회계장부의 내용이 재무제표 등에 정확히 반영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주요한 임무로 하는 것이고, 재무제표 등의 감사에서 회계장부가 신뢰성을 결여하는 것이 명백하다는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재무제표 등에 표시된 정보가 회계장부의 내용에 합치하고 있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면 임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피고 승소판결을 했다.


그러나 일본 최고법원은 위 동경고등법원의 판단을 파기환송하면서, 감사(監事)는 회계장부의 내용이 정확하다는 점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계산서류 등을 감사(監査)하면 충분한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감사(監事)는 … 재무제표 등에 표시된 정보가 회계장부의 내용에 합치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만 하면 당연히 그 임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회계장부가 신뢰성을 결하고 있는 경우에만 그 기초자료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회계장부가 질서정연한 경우, 말하자면 회계장부가 신뢰성을 결하고 있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도 반드시 기초자료를 조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경리직원이 제출한 자료와 재무제표 작성이 일치하는가만을 대조하였을 뿐, 잔고증명서가 위조되었다는 점을 발견하지 못한 감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 대법원 판결 중에도 이와 유사한 판결이 있다.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다5252' 판결을 보면, “감사가 분기마다 1회 이상 신용협동조합의 업무집행상황, 재산상태, 장부 및 서류 등을 감사하거나 매년 1회 이상 상당수의 조합원의 예탁금통장, 기타 증서와 조합의 장부나 기록을 대조ㆍ확인하였더라면 동일인 한도초과대출사실은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들이 감사로서의 임무를 해태한 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고, 신용협동조합의 감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앞으로는 감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경우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영진 의지로 사내 감사 시스템 바꿔야

문제는 대규모 기업의 감사위원회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상법에는 이 중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이어야 하고, 감사위원회의 대표는 사외이사여야만 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무에서는 감사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채운다. 그런데 사외이사라는 직책은 회사에 상근하지 않고 1년간 4회 이상 회사의 이사회에 출석하여 회의만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다. 회사 건물에 사외이사실을 운영하는 회사도 거의 없다. 이들 사외이사가 회사에 출석하여 감사위원회를 개최한다고 하나, 회사 내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사내 감사조직이 올린 보고서를 열람하고 승인하는 것 외에 직접 재무제표를 볼 일은 없다. 한 달에 평균 200~300만원의 보수를 받고 감사의 역할을 할 수도 없다.


결국 한국 대기업은 사내 감사조직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감사조직의 책임자가 일반 근로자여서 대주주 또는 대표이사·임원으로부터 독립성이 약한 것이고, 책임자의 지위도 감사실장이라는 명칭하에 부장급으로 보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회사에 상시 출근하는 상근감사인 임원을 두고 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낫다. 한국 대규모 상장기업의 감사기능에 오히려 더 큰 구멍이 뚫려 있다. 대소회사를 막론하고 감사실 책임자의 직급을 올리고 감사인력을 확충해 횡령과 같은 대형 사고를 막아야 한다. 직급도 낮고 권한도 없는데 책임만 잔뜩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CEO는 감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회사의 규모에 합당한 감사 환경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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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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