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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국내외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나…갈등과 폭로로 곪은 K팝 소속사의 현주소


입력 2022.11.30 14:17 수정 2022.11.30 17:3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츄 "부끄러운 짓 한 적 없어"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지난해 자금난 소식

최근 가요계가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의 갈등과 폭로로 소란스럽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가 주장한 츄의 이달의 소녀 퇴출 이유와 그에 반박하는 츄의 입장은 진실공방으로 번지며 전 세계가 선망하는 케이팝(K-POP) 산업의 부실한 뒷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케이팝 가수들을 좋아하는 국내외 팬들을 고려하면 부끄러운 상황이다. 해외 팬들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팝 그룹의 멤버가 소속사와 갈등 속에 사라지고, 분쟁을 벌이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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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는 "최근 당사 스태프를 향한 츄의 폭언 등 갑질 제보가 있어 조사한 바 사실로 드러나 회사 대표자가 스태프에게 사과하고 위로하는 중"이라며 "당사는 책임을 지고 이달의 소녀에서 츄를 제명하고 퇴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츄와 함께 웹 예능 '지켜츄'를 함께한 작가와 이달의 소녀 멤버 현진이 츄를 옹호하는 입장을 제기했다. 츄 역시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가 공식 입장을 낸 지 3일 만에 "저도 일련의 상황에 대해 연락 받거나 아는 바가 없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팬분들께 부끄러울 만한 일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츄의 갈등은 이미 예고됐다.


지난해 12월 츄가 소속사에게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고, 올해 4월에는 개인 회사를 설립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소속사는 개인 회사 설립 문제에 대해 모른다고 공식입장을 밝혔고, 이후 츄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로부터 차별을 받으며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목격담들이 나돌았다.


업계에서는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츄의 갈등을 정산 문제일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2020년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는 IT 업체와의 분쟁에서 패소해 수십 억의 투자금을 반환했으며, 2021년에는 세금 체납, 임금, 용역비 미지급 등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자금난을 겪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달의 소녀는 2018년 '99억 프로젝트'를 내세운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의 야심작이었다. 데뷔 전 매 달 한 명씩 새 멤버가 공개됐고, 각자의 솔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후에는 유닛 그룹까지 결성한 후, 이달의 소녀 완전체가 탄생했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는 2년 동안 대형 프로젝트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지만, 4년 만에 아티스트와의 갈등이 폭로전으로 변질되며 불미스러운 진실게임의 주인공이 됐다.


츄와의 문제가 사그라들기도 전인 28일에는 비비와 현진을 제외한 9명의 멤버가 회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접수를 했다는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보도 자체가 이달의 소녀 위기임을 암시했다.


이번 갈등으로 지난해 이달의 소녀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츄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직 정산 받지 못했다고 한 발언과 댄서가 이달의 소녀 안무비를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던 사건도 다시 언급되며 소속사가 제대로 된 시스템 없이 걸그룹을 상품으로만 대한 것이 아니냐는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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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는 이승기가 데뷔 후 18년 동안 음원 수익을 한 번도 정산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후크엔터테인먼트와 대립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후크 측은 이승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으나 한 매체가 권진영 대표가 직원을 향해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졌다. 이승기 역시 권진영 대표로부터 심한 폭언으로 신뢰 관계가 깨졌다면서 정산과 관련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츄의 경우 여전히 소속사와 주장이 평행선이며, 권진영 대표는 이승기 관련 다툼에 낮은 자세로 임하며 개인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이 갈등 자체가 팬들에게 상처를 안겼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갈등이 원인은 아니지만, 데뷔했다가 코로나19로 사라진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 역시 이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속사가 부푼 꿈을 가지고 데뷔는 시켰지만 방법을 마련하지 못해 문을 닫으며 응원한 팬들은 허탈한 심정을 겪어야 했다.


현재 케이팝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절정의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팝 가수를 '민간 외교관'이라고까지 지칭하는 이들도 있다. 최전선에 있는 가수와 소속사들이 대부분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프로젝트에 임한다. 그러나 소속사에서 권리를 찾겠다는 의도는 투명하게 보이지만 책임감과 의무감이 희미해진 사례들은 팬들에게 무례한 행동이며 케이팝 산업의 치명적인 오명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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