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24일까지 새 정부 첫 국정감사
21일 동안 치열한 정치 갈등만 반복
“상시 국감 등 통해 제도 효율 높여야”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국정감사를 강행하자 이에 반발하며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간사와 의원들과 이를 제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애워싸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올해도 국회 국정감사 무용론이 제기됐다. 지난 4일부터 24일까지 21일 동안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았고, 이 과정에서 민생과 정책 비판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국감은 첫날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지난 4일 막을 올린 국감은 첫날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감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국감장 퇴장과 장관 사퇴 여부를 놓고 공방 끝에 파행했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MBC 뉴스 자막 보도 적절성을 놓고 감사 내내 고성이 오갔다.
같은 날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감에서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 관련 특검 요구 등으로 여야 간 설전을 벌였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두가 퇴장했다.
11일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감은 의사진행 발언으로 다투다 회의 시작 9분 만에 정회했다. 이후 오전 내내 감사위원 배석 문제로 실랑이를 벌여 질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14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한체육회 국감과 18일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남·북부경찰청 감사도 파행을 거듭했다. 체육회 국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문제로 여야가 격렬 대립했고, 경기남·북경찰청 국감도 이 대표 수사 문제로 시작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면서 반쪽 국감이 됐다.
19일에는 검찰이 민주당 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로 전체 국감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예전처럼 ‘국감 스타’라 불리는 공격수를 찾아보기 힘든 점도 이번 국감이 맹탕 국감으로 불리는 이유”라면서 “여야 모두 정쟁에만 집중해 의미 없는 공방전을 벌이면서 국감 본래 취지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정치적 공방만 오간 탓에 국정감사 무용론이 또다시 제기됐다. 국가 정책과 예산 사업에 대한 지도·감독이라는 국정감사 고유 역할은 사라지고 정치 갈등만 표출하면서 이미 제 기능을 잃었다는 평가 때문이다.
올해 기준 783곳에 달하는 피감기관의 정책과 예산을 20여 일 만에 심사해야 한다. 주말을 빼면 실제 감사 기간은 14일이다.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 상시 ‘몰아치기’ 형식의 국감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안으로 제기되는 건 상시 국감이다. 상시 국감 필요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방법으로 도입한 제도 취지가 상당히 변질했고, 무엇보다 경제·사회 등 시대적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감이라는 게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방법인데 언제부터인가 그 취지가 변질하고 여야 정쟁의 장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며 “제대로 행정부를 감시하려면 상시 국감으로 바꿔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미디어 환경이나 통신, 교통 등의 제약이 많았지만 지금은 국회의원 입장에서도 ‘스타’가 되고 싶으면 언제든 가능한 상황”이라며 “차라리 1년에 한 번 몰아치기보다는 사안이 불거졌을 때 제대로 짚어내고 알리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국감에서 의원에게 주어지는 질의 시간은 피감기관 답변까지 포함해 채 20분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피감기관의 답변을 듣기보다 자신의 주장만 늘어놓거나 의혹만 제기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국감 기간 피감 기관을 짓누르는 압박감도 문제다. 의원들의 방대한 자료요구는 기관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과 세종, 대전 등 정부 기관이 쪼개진 상황에 특정 기간에만 감사하는 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장·차관은 물론 주요 실·국장급 공무원들이 국감 기간 내내 서울(국회)과 세종을 오가야 하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감사 시기를 조정해 몰아치기 국정감사를 탈피하고 국회 상임위별로 자율적으로 일정을 정해 상시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위원회 중심 국회 운영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정기 국정감사와 상시 국정감사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는 상시 감사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감과 국정조사의 구분, 전문가 확충 및 제출 자료 데이터베이스화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상시 국감으로 전환하면 모든 소관 기관을 매년 감사할 필요도 없어 업무 과중도 줄어들게 된다”며 “중요도를 나눠 어떤 기관은 2년에 한 번, 3년에 한 번 하는 식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활한 국감을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국회법상 상임위가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는 3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의원들이 제출받은 자료를 상호 공유할 수 있도록 데이터 베이스화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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