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원재료 가격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 회복
누적 상승분 커 가격 상승 고민할 판
이달부터 내달 추석 전후해 가공식품, 외식가격 인상 러시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국제 곡물가격이 최근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면서 국내 식품업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공식품 전반을 포함해 신선식품까지 사실상 전 품목이 인상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컸던 만큼 곡물가격 안정을 계기로 하락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밀 선물 가격은 부셸(곡물 중량단위·1부셸=27.2㎏) 당 7.7달러로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세 달 전 12.8달러에 비해 약 40%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밀과 함께 주요 곡물로 꼽히는 옥수수 가격은 전쟁 전 가격으로 회복됐고 라면, 스낵 등 가공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팜유 가격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러시아가 밀 수출을 늘리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재개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28%, 옥수수 수출의 15%를 차지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럽, 미국 등에서 세계적 가뭄이 지속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여전한 점을 들어 곡물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또 최근 달러 강세 현상이 만들어낸 착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내 식품‧외식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 인하 보다는 인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차례 가격 인상 이후에도 꾸준히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만큼 오히려 추가 인상을 검토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농심은 내달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 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할 예정이다. 가격 인상 대상에 포함된 품목은 라면 26종과 스낵 23종 브랜드 총 49종이다.
hy(옛 한국야쿠르트)도 다음 달 1일부터 야쿠르트 라이트, 쿠퍼스 프리미엄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최대 10% 인상한다.
맥도날드, 노브랜드버거, 도미노피자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이달 한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작년 말부터 가공식품을 비롯해 주요 외식 메뉴의 판매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가운데 올 들어서도 상반기와 하반기 추가 인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밀, 옥수수 등 주요 원재료 외에 인건비, 포장재 등 제품 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이 증가한 만큼 가격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곡물 등 원재료의 경우에도 가격 인상 시기에 들여온 재고가 남아있는 만큼 가격 인하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의 경우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올 2분기 24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선 만큼 추가 가격 인상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격 인하는 어렵지만 추가 인상을 막는 역할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내달 추석 명절을 전후해 식품, 외식업계에서 한 차례 가격 상승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부분 상반기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이미 가격 상승분을 넘어설 만큼 인상폭이 커져서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최근 반값치킨 열풍도 가격 인상을 막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시작된 가성비 외식 메뉴 인기가 치킨에 이어 피자, 초밥 등으로 확대되면서 외식 프랜차이즈의 가격 상승을 막는 방패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반값치킨 인기가 계속되면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그간 폭리를 취했다는 소비자들의 오해가 커지고 있어 부담이 크다”면서 “가격 인상에 대해 점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자칫하다가는 물가인상 주범이란 낙인이 찍히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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