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부담에 제과업계 잇따라 가격 인상
하반기도 원재료 값 부담으로 상승 거세질 듯
고급화·다양화 앞세운 양산빵 주목받기 시작
영세한 자영업자 물가인상에 따른 체감 더 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내 빵집에서 고객이 빵을 사고 있다.ⓒ뉴시스
거세지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속 제과업계 온도차가 뚜렷하다. 원재료 값 상승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견디지 못 해 상향 조정을 하는가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수혜를 입는 기업과 수익성 악화를 견디다 못 해 폐업을 하는 사례까지 다양하게 나뉘고 있다.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밀은 러·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3개월간 38.3% 급등했다. 국내 제분업계가 밀 소비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제빵업계는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 구조다.
설탕 원료인 원당 가격도 연초 대비 10% 이상 올랐고, 계란도 작년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용이 늘어난 것도 빵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까지 더해져 제과업계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버티다 못한 뚜레쥬르는 최근 가격 인상을 밝혔다. 뚜레쥬르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제품은 이달 중순부터 가격 인상이 반영될 전망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결정한 권장 소비자가격을 재량껏 판매가에 적용할 수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가맹점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며 “국내외 원·부재료 가격 폭등과 가공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 급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가격인상 압박이 더욱 커질것으로 점쳐진다. 3분기 주요 곡물 수입 단가가 더욱 오를 전망이다. 선물 가격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6개월가량이 걸리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불러온 상반기 선물 가격 급등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빵을 취급하는 업계 가격인상 발표는 지속되고 있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12일부터 대표제품군인 15㎝ 샌드위치 가격을 평균 5.8% 인상했고, KFC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2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영업시간에 맞춰 포켓몬 빵을 구매하고 있다.ⓒ뉴시스
◇ 편의점 업계, 고급화·다양화 앞세운 양산빵 '새로운 기회'
이런 가운데 편의점 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바라보고 양산빵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양산빵은 맛없고 저렴한 빵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색다른 경험을 찾는 고객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최근 유통가 성공 방정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편의점 업계 양산빵 열풍을 불러온 것은 ‘돌아온 포켓몬빵’의 열풍 덕이 크다. 1990년대 캐릭터 스티커 수집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 빵’이 재출시되면서 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양산빵의 인기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됐다.
SPC삼립에 따르면 올해 2월 출시한 ‘돌아온 포켓몬빵’은 12일 현재 누적 5000만봉이 판매됐다. 초기에 비해 열풍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벌어지는 ‘오픈런’ 사태와 품귀 대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전언이다.
포켓몬빵의 뜨거운 열기는 유통가 ‘큰 손’으로 자리잡은 20~30대 MZ세대와 자녀를 둔 40대 소비자들의 추억을 공략한 결과다. 지난 1999년 첫 출시 당시 어린이·청소년이었던 20~30대들 사이에서 ‘띠부띠부씰’을 모으던 추억을 소환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포켓몬빵이 대박을 터뜨리자 편의점 CU도 데브시스터즈 모바일 게임 쿠키런과 손잡고 쿠키런빵을 단독 출시했다. ‘쿠키런 킹덤’ 게임 내 캐릭터들을 활용한 띠부띠부씰을 넣어 판매 중이다. 출시 직후 CU 빵 매출 1~5위를 휩쓸며 전체 빵 매출 30% 신장을 이끌었다.
이마트24 역시 ‘근대골목단팥빵’을 선보면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근대골목단팥빵은 대구 기반 투어푸드 전문 기업 홍두당이 지난 2015년 론칭한 옛날빵 전문 베이커리다. 중장년층에게는 옛 시절의 향수를, MZ세대에게는 참신함을 선사하고자 출시하게 됐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최근 빵 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비교적 저렴한 양산빵이 주목받고 있는 데다, 소비자의 눈 높이에 맞춰 빵이 고급화되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과거 올드한 양산빵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다양한 맛과 형태의 빵이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내 빵집에서 고객이 빵을 사고 있다.ⓒ뉴시스
◇ 간신히 버티는 소규모 빵집…하반기 폐점 더 늘어날 가능성 높아
반면 동네제과 업계는 솟아날 구멍이 없다고 토로한다. 이미 저가 빵은 편의점이 주도하고 있는 데다, 단골손님 위주로 하는 장사 특성상 판매가를 조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이미 온라인 디저트 시장 진출에도 활발한 상황이지만 온라인 판매 등 트렌드를 따라 가기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업도 크게 늘고 있다는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국에서 폐점한 제과·제빵 매장 수는 1263건(지방자치단체 인허가 기준)으로 집계됐다. 매달 전국에서 210여곳이 폐점했다는 의미다. 상반기 중 서울시 내에서 신고된 폐업 건수만 해도 378건(29.9%)에 이른다.
골목상권에서 제과제빵 점포 폐업이 잇따르는 건 코로나19 확산 후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제물류 대란 등이 이어지면서 밀가루와 식용유, 계란 등의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제과·제빵업 종사자들은 경영난이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갈수록 빵집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소규모 빵집의 경우 물가인상에 따른 체감도가 높기 때문에 수익성을 유지하는 게 여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동네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올랐다. 재료비를 줄일 수 없어 직원 수를 최대한 줄였다”며 “요즘 유명한 브랜드 디저트들도 많이 생기고 갈수록 경쟁은 심화되는데 폐업을 한다고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