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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PD들㉑] 최선미 PD, ‘뉴 노멀진’ 통해 이해하는 MZ세대


입력 2022.06.30 14:10 수정 2022.06.30 21:1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MZ세대 이야기,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은 드물었던 것 같다.”

“장르의 구분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다…안 해봤던 걸 실험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좋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플레이리스트와 CJ ENM의 합작 드라마 ‘뉴 노멀진’은 디지털 매거진 뉴 노멀진을 배경으로 하는 ‘요즘 애들’ 오피스 생존기다. 트렌드 전쟁터라 불리는 디지털 매거진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쫓으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최선미 PD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즐거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즐거운 대화들 속, ‘재미’가 멀리 있는 게 아닌,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최 PD의 믿음처럼, ‘뉴노멀진’은 MZ세대의 특성을 본격적으로 파헤치면서 보는 이들의 흥미를 유발 중이다.


ⓒ플레이리스트 ⓒ플레이리스트

“나도 MZ세대인데,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더라. 독서 모임이나 러닝크루 같은 모임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즐거운 이야기들이 이어진 거다. 그런데, 정말 우리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담아낸 드라마는 없는 것 같더라. 꿈의 직장을 갖게 된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 같은 그런 느낌의 미드폼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빠른 변화에 금방 적응하는 MZ세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뉴노멀진’의 유쾌함을 배가시킨다. 여기에 최 PD는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MZ세대의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면모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다뤄내면서 MZ세대를 향한 편견 아닌 편견에 대해서도 짚어낸다. MZ세대를 향한 막연한 이미지에 디테일을 더해 프로그램에 깊이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주인공 차지민(정혜성 분)은 같은 MZ세대여도 조금 촌스러운 면을 가지고 있다. 완전히 트렌디한 또 다른 인물도 등장한다. 그런 두 요소들이 섞여 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주인공이 자기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걸 찾아간다.정보를 엄청 많이 접하는 세대이지 않나. 그 속에서도 자기 가치가 흔들리지 않는, MZ세대의 또 다른 한 면을 담고 싶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기에 확보할 수 있는 디테일은 물론, 다양한 대상자들을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하면서 리얼리티를 높여 나갔다. 특히 작품의 배경이 되는 디지털 매거진의 기자들도 만나 대화하며 현실감을 덧입히기도 했다. 최 PD의 섬세한 노력이 있었기에 한층 풍성하고 입체적인 청춘 캐릭터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20대 직장인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 갓 직장인이 된 이들이나 인플루언서들도 취재했다. 디지털 매거진 기자님들도 취재를 했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었다.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매거진에서 디지털로 가면서 어떤 식의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파악해보기도 했다. 내가 원래 잡지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 그런 사라져 가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도 담아보고 싶었다.”


ⓒ

최 PD는 그간 웹드라마 ‘소녀의 세계’, ‘통통한 연애’ 시리즈 등 주로 10대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뤄왔다. 이에 2030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다소 파격적인 로맨스도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아기자기한 면모를 부각하면서 ‘뉴노멀진’만의 힐링 포인트는 제대로 살려낸 최 PD다.


“처음에는 로맨스도 좀 더 과감하게 해보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틴 하던 게 남아있어서 그런지 더 가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생기더라. 대신 다르게 해보려고 했던 건, 미드를 참고했었다. 뒷배경을 미술을 꽉꽉 채워서 생동감을 더해봤다. 보통 웹드라마는 뒷배경을 잘 포커싱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트렌디한 직장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소품을 많이 활용하기도 했다.”


유튜브와 함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에서도 공개되는 만큼, 10대는 물론 2030 시청층도 겨냥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소품 등을 꼼꼼하게 챙겨 현실감을 높인 선택은 물론, 전개의 속도도 적절하게 조절하며 보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지금까지는 10대를 타겟층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했다면, 이번에는 2, 30대를 잡으려고 했었다. 요즘 10대들은 매거진 에디터에 대해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겨냥했다면, 전개는 더 빠르고, 연애 이야기 비중도 늘려야 했으나, 좀 더 타겟층을 명확하게 하려고 변화를 줬다. 예전에 비해 전개를 느리게 가려고 했다. 감정도 조금 더 보여주고. 그런 변화들을 시도했었다. 이야기 구조도 후반으로 갈수록 복잡하고, 캐릭터의 입체감도 살리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는 각종 밈과 유행어를 활용하면서 젊은 층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는 최 PD의 소신과도 맞닿아 있었다. 서사의 방대함이나 스케일에 욕심을 내지 않는 최 PD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즐거움’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최 PD가 또 어떤 작품에서 편안한 재미를 선사할지 궁금해진다.


“정극 드라마도 물론 재밌겠지만, 트렌디한 것들을 좋아했었다. ‘그쪽으로 특화되게 나가볼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장르의 구분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다. 올해 비엘 드라마 제안을 받기도 했다. ‘시멘틱 에러’가 흥하면서 자유도가 한층 높아진 것 같다. 안 해봤던 걸 실험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좋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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