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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에 대한 항명"…김창룡 사의에 국민의힘 강력 비판


입력 2022.06.28 04:10 수정 2022.06.27 23:43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김창룡, 경찰업무조직 신설 발표 직후 사의표명

與 "정치적 의도 다분하다"...'항의성 사표' 비난

"하필 尹대통령 첫 해외출국날 ...자기 정치하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이 27일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항명", "자기정치"라고 맹비난했다. 김 청장이 임기 26일을 남기고 스스로 물러난 것은 행정안전부 내에 이른바 '경찰국'으로 불리는 경찰업무조직 신설에 대한 반발, 치안감 인사 번복을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 등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청장 사의 표명에 대해 "하필 그 시기가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지원부서 신설 관련 기자간담회 이후인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의 사퇴 발표 시점이 항의성 사표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11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안 발표 후 1시간 뒤에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찰제도개선자문위 권고안 관련 설명 브리핑 직후 사퇴 기자회견을 연 것은 행안부 장관의 브리핑에 대해 반발하면서 어깃장을 놓는 것"이라며 "경찰청이 행안부에 소속된 외청인 것을 감안하면 행안부 장관에 대한 항명이며, 나아가서는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기도 하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2시에는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했다. 권 원내대표는 김 청장을 향해 "경찰지원부서 신설 훼방을 놓고 마치 민주투사라도 되는 양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자 외교무대 데뷔를 위한 윤 대통령 첫 해외 출국일에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도 이날 오후 연달아 3건의 논평을 발표하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가의 치안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청장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출국일에 사표를 던지는 것은 공직자로서의 기본조차 안 되어 있는 것"이라며 "말단 공무원조차 이런 식의 무개념, 무책임한 사의 표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금희 원내대변인도 "취임 후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 당일에 국내 안전과 공직 기강 강화를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은 망각한 채 경찰지원부서 신설을 방해하며 국가와 국민이 아닌 조직만을 대변하겠다는 것은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조차 의심되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국가와 국민보다 자기정치가 우선인 아집에 불과하다"며 "경찰을 아우르는 수장의 사의 표명은 조직의 분란은 물론 국민적 혼란을 불러올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 관련 행안부의 입장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 관련 행안부의 입장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행안부는 이날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따라 '경찰 업무조직'을 조속히 신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내에 장관이 경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1991년 외청으로 독립하면서 사라진 치안본부, 이른바 '경찰국'의 부활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경찰은 조직의 독립성, 중립성 침해를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청장은 사의 표명 후 입장문에서 "현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경찰의 반발에 대해 "지금의 경찰은 수사권, 정보권, 인사권을 독점하고 있다. 비대해진 권력만큼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며 "과거 정권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에 대한 인사 검증을 하고 청와대와 경찰청이 직접 협의해 경찰 고위직을 임명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 소속 외청이라는 경찰청의 지위에도 불구하고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 제청권은 형해화됐고, 과거와는 달리 새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치안비서관실이 폐지됐다"며 "경찰청에서 행정안전부에 파견하는 치안정책관이 인사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찰이 셀프 검증하고 셀프 임명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허 수석대변인도 경찰의 비대해진 기능은 공권력 오남용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행정안전부의 경찰지휘 조직 신설은 조직과 권한이 커진 데 대한 최소한의 관리·감독 조치"라며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은밀하게 경찰을 통제해 왔다면, 이제는 공식조직과 체계를 통해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찰을 감독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김 청장 사의 표명과 관련 "경찰 민주화의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시도를 국민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경찰 민주화의 역사를 역행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경찰 길들이기에 김 청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며 "경찰 조직 수장이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에 사의로써 의견을 밝히는 것도 불가능한 게 윤석열 정부인가"라고 비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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