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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추방했다고?' 북한어민 강제북송 문제점 셋


입력 2022.06.27 15:43 수정 2022.06.27 15:44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태영호, 강제북송 과정 법적 문제 지적

'北 요청도 전에 북송 타전' 직무유기

'법적 근거 없는 강제 북송' 직권남용

'재판 없이 흉악범 판단' 무죄추정 위배

2019년 11월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선박이 북한에 인계되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11월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선박이 북한에 인계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우리나라로 귀순한 어부들을 '북한의 공식 요청 전에' 강제로 북송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우리나라 정부가 국내로 들어온 북한주민을 강제로 송환할 수 있는 헌법과 관련 법률 등 어떠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은 만큼 당시 문 정부의 이 같은 대처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이 지난해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으로 넘어온 북한 어선을 포획했다. 당시 안보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선장 및 선원 등 19명을 태워 8월 중순 김책항을 출항한 해당 선박은 러시아·북한 등의 해역에서 어로작업을 실시하다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해당 어선에 대한 합동 조사를 실시한 정부는 사흘만인 같은 달 5일, 북에 "어민들을 추방하고, 선박까지 넘겨주고 싶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 이 같은 의사를 확인한 북은 다음 날인 6일 바로 문 정부에 "인원·선박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7일엔 실제 귀순 어부의 강제 북송이 이뤄졌다. 북이 공식적으로 송환을 요구하기도 전에 문 정부가 먼저 '보내겠다'고 했고 어부와 선박 북송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게 태 의원의 판단이다. 당시 어민들은 포승에 묶이고 안대로 눈까지 가린 채 판문점으로 이송됐다.


국민의힘은 당시 문 정부가 몇 달이 걸릴 때도 있는 귀순 탈북민에 대한 조사를 3일이라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시간 안에 마무리 지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행 북한이탈주민법 제8조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보호대상자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을 자격이 있고, 보호 대상 결정 결과를 통보받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당시 안보실을 포함한 정부 합동 조사단은 해당 귀순 어민들이 '흉악범'이라는 판단 하에 북한이탈주민으로 받지 않고 강제 북송을 결정했다. 선원 2명이 다른 공범자 1명과 함께 가혹행위를 한 선원 2명 및 선장을 살해했고,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동료 선원 13명을 차례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해당 어민 2명이 "귀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진정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이유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판단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법 9조에 따르면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위장탈출 혐의자 △국내 입국 후 3년이 지나서 보호신청한 사람 등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을 해석하면, 살인 등 중대한 범죄자라도 일단 북한이탈주민으로 인정해 귀순을 받아들인 뒤 심사를 통해 '보호대상자' 지정을 하지 않는 것이지 강제로 추방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태영호 의원실이 통일부의 정착지원·보호결정 담당관의 확인 결과 2번(살인 등)에 따라 국내로 귀순한 비보호대상자는 해당 법률이 만들어진 이후 10명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11월 15일 오전 나경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북한 선원 강제북송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9년 11월 15일 오전 나경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북한 선원 강제북송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태영호 의원은 "그동안 역대 정부는 북한에서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를 경우라도 일단 귀순을 허용했다"며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북한 주민이라도 우리나라 국민이며, 그 사람이 행한 범죄는 그 다음에 따져서 우리 측에서 처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태 의원은 문 정부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사실도 함께 지적했다. 태영호 의원은 "한국 정부가 국내에 유입된 북한주민을 강제로 송환할 수 있는 헌법과 관련 법률 등 어떠한 법적 근거도 갖고 있지 않은데다, 수사기관의 수사나 법원의 결정도 없이 행정조사에 불과한 심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적 결정 권한이 없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송환을 결정한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김정은을 모시려 탈북 어민을 제물(祭物)처럼 다뤘다면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힘 측은 과거 북이 귀순자를 북송하라는 요구를 자주 전달해왔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단 한 번도 응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 의심을 품고 있다. 특히 2019년 당시 안보실은 북한 주민이 우리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북송 어부의 경우엔 진정성 있는 귀순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정부 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 추방이고,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고려하는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북송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선택 역시 '보호대상자 결정 절차'를 미적용한 사례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에 의해 북한주민도 한국 국민으로 인정되는 만큼 북한이탈주민은 통일부 장관에 의해 보호대상자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며 "귀순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통일부가 보호대상자 결정을 위한 심사를 진행하지 않고 강제 송환한 것은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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