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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BTS 활동 잠정 중단 발표에 주가 ‘뚝’…케이팝 기획사 시스템 현주소


입력 2022.06.18 09:03 수정 2022.06.18 09:0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단체 활동의 잠정 중단을 발표하면서 소속사 하이브(HYBE)의 주가가 출렁였다. 그렇지 않아도 군입대 문제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하반기 그룹 활동 관련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결과다.


ⓒ빅히트뮤직 ⓒ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깜짝 발표 다음날인 15일 하이브는 24.87%(4만8000원) 급락한 1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6만8000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장 초반 13만9000원까지 내려가면서 하한가(13만5500원) 근처까지 밀리기도 했다.


전날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7조9812억원었으나, 방탄소년단의 발언 영상이 공개되고 첫 거래일인 이날 시총은 5조9962억원까지 감소했다.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 중단 선언으로 무려 1조 985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다음날 멤버들과 소속사가 나서서 ‘해체는 아니’라고 급히 수습에 나섰지만,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6일에도 하이브는 코스피 개장과 함께 전일종가 대비 2.07%(3000원) 오른 14만 8000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한때 8%가 넘게 오르기도 했으나 상승폭을 그대로 반납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방탄소년단은 실제로 라이브에서 개별 활동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해체 선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요동친 건, 하이브에서 방탄소년단의 팀 활동의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브의 자회사 빅히트뮤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70억원으로, 하이브 전체 영업이익(1903억원)의 약 66%다. 상장 전 방탄소년단에 대한 의존도가 약 9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비중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이 그룹이 하이브 전체를 지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사들은 BTS의 단체 활동 잠정 중단으로 하이브의 목표주가를 줄 하향했다. 그간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완화로 콘서트, 월드투어 등에 따른 실적 성장을 전망했기 때문이다. 과거 43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던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발표 이후 목표가를 3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공백 확정 시 오는 2024년 실적에 대한 목표주가는 20만5000원에서 24만원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사실 이 같이 한 아티스트에 의해 기업이 움직이는 구조는 하이브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산규모 4조원을 넘는 하이브마저도 이런 상황인데, 몇몇 대형 기획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획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심지어 하이브는 그간 아티스트 친화적 계약 조건, 아티스트의 자율성 존중, 회사와 아티스트의 합리적 힘의 균형 등을 차별점으로 꼽아왔던 기업이기도 하다.


물론 방탄소년단의 이런 발언 뒤에는 대중적 인기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감이나, 군문제와 관련해 총대를 메게 되면서 오는 부담감, 음악가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음악에 온전히 담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압박감 등 복합적인 상황들이 얽혀있을 테지만, 한편으로 국내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신인 시절을 거쳐 흔히 말하는 ‘성공’을 거둔다 하더라도 유명 가수 한두 팀의 매출이 곧 회사 전체 수익과 직결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이돌에게 ‘휴식’은 상상하기 힘든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리한 활동으로 다치거나 공황장애를 앓는 등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돌도 적지 않다.


더구나 방탄소년단 RM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구조는 건강상의 문제는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티스트들의 개인 성장까지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중단 발표가 회사 입장에선 반가울 리 없는 결정이지만, 그들이 파장을 예상하면서도 내린 결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오히려 더 나은 선택지로 보인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과거부터 진행되어 온 강압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이브는 물론, 다른 기획사들 역시 한 아티스트에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이번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그간 업계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시사하는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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