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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69)] WWS 김영삼 "Jiff 공식 포스터 및 로고 작업, 특별헌 경험"


입력 2022.05.23 09:10 수정 2022.05.23 10:1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디자인팀

김영삼은 신덕호, 파벨 볼로비치과 함께 디자인팀 WWS(We Will See)로 활동 중이다. 출판 전시 등 인쇄물을 비롯해 온라인 미디어 디자인을 기획하고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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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함부르크 예술대학에서 만나 팀을 꾸렸다. 프리랜서 형식으로 독립적으로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팀플레이를 한다.


"WWS로 활동한 건 1년 정도 됐습니다. 팀의 형태가 일반적이지는 않아요. 각자 일을 하기도 하고 팀플레이를 할 때는 뭉치는 등 유연한 형태로 독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멤버다'라는 형식으로만 가지는 않아요. 서로 각자 잘 하는 분야를 서포트를 해주기도 하고 스튜디오를 공유하는 동료이기도 해요."


WWS은 다국적팀이다보니 특징도, 강점도 '소통'이다. 김영삼은 신덕호와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파벨과는 독일어로 대화한다. 신덕호와 파벨은 영어로 의견을 공유한다. 그리고 WWS의 공용어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다.


"각자 편한 언어가 다르고 공용어는 영어라 피드백이 쉽지는 않아요. 심상을 표현하는 단어는 다른 나라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한국말로 대화를 나눠도 소통이 안되는 경우도 많은데 하물며 언어가 다르니 저희는 소통을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하려고 해요. 서로 어떤 말인지, 이해는 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많죠. 그리고 각자 소통을 제대로 하기 위한 태도들이 갖춰져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WWS가 지속 가능한 것 같아요."


WWS는 올해 제23회 전구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와 영화제의 아이덴티티인 'J' 로고를 디자인했다. 올해 포스터는 영사기가 스크린에 빛을 투사할 때 나타나는 삼각형을 모티브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영사기의 빛을 형상화한 삼각형을 기본으로 삼아, '전주'(JEONJU)의 이니셜인 'J'를 나타내고 영화제 개최 횟수인 숫자 '23'을 형상화했다. 포스터의 키 비주얼로 영사기의 빛을 형상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 포스터에는 여러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 바라는 기대와 염원이 담겼다.


"저희가 독립적으로 한 건 아니고 전주국제영화제 김광철 미술 감독님을 비롯해 디자인팀 등과 함께 모든 것이 진행됐어요. 영화제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있는 작품을 하게 된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기쁜 일이었습니다. 이번에 작업을 하며 서로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J'라는 단순한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해 전주를 대변해야 하는 것이 WWS의 과제였다. 이 점이 이번 작업의 가장 큰 고충이었지만, 결국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가지고 상징과 특징들을 담아냈다.


"'J'의 형태는 매년 다르게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있어요. 'J'의 모양이 워낙 단순해서 이걸로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페스티벌의 느낌을 주면서도 신선함을 녹이고 싶었죠. 'J'가 지팡이로도 보이고 빨대로도 보이더라고요. 그러다가 꼭짓점에서 뻗어나가는 느낌이 좋을 것 같았어요. 이번 영화제가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하다 첫 정상화되는 상징을 가지고 있으니, 컬러풀하게 만들어서 페스티벌의 느낌을 주려 했고요."


WWS는 아이덴티티 디자이너로 초빙돼 전국을 직접 방문해 영화제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새로운 걸 시도했을 때의 성취감과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 디자이너로서 보람을 느낀다는 김영삼. 그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길거리에 붙어있는 포스터와,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목격하는 등 특별한 경험을 했다.


"전주에는 일주일 정도 있었어요. 책 표지나 포스터를 만들면, 저희의 콘텐츠라기보단, 누군가의 콘텐츠를 미디어에 옮기는 작업이라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저 불편함 없이, 문제없이 쓰이면 훌륭한 디자인인 셈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건, 영화제 자원봉사자 한 분이 친구들에게 아이덴티티 트레일러가 나올 때 설명을 하더라고요. 익명의 누군가가 저희 콘텐츠의 의미와 목적을 모두 알고 남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또 트위터에서 트레일러가 나올 때 외국인이 춤을 추는 영상도 봤어요. 사실 이 트레일러를 만들 때 페스티벌처럼 사람들이 춤을 추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부분이 뿌듯했어요."


김영삼은 태연, 온앤오프 (ONF), 이달의 소녀 등의 곡을 작업한 작곡팀이자 소속사 모노트리의 로고를 만들기도 했다.


"모노트리가 추구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로고나 시각물도 그런 느낌을 가져갔으면 했고, 동시대적인 느낌이 났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직관적이되 설명적이지는 않았으면 했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운드 바의 연속이었어요. 또 컬러플한 것보다 모노톤의 그레이가 어울릴 것 같았고요."


김영삼은 당초 그래픽 디자인이 아닌, 사진을 배우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학교 수업 시간에 그래픽 디자인을 접하고 관심이 생겨 지금까지 업으로 삼고 있다. 독일에서 디자이너로 사는 삶은 꽤 즐겁다. 문화적으로 독립돼 있는 공간이 많고 아직도 인쇄물 포스터가 많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는다.


"베를린에서 정규교육을 받았고 앞으로도 독일을 베이스로 삼지 않을까 싶네요. 독일에서의 생활은 서울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달라요. 우리나라는 사람을 만나면 밥을 먹고 카페 가서 커피 한잔하는 등 소비를 하러 가잖아요. 베를린의 경우에는 공원이 정말 많은데 거기서는 많은 걸 소비하지 않고도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병맥주만 들고 가거나 산책을 하며 대화를 많이 나누죠. 또 베를린에서는 종이로 된 포스터가 많아서 그런 것들을 보며 '어떤 디자이너가 이런 작업을 했구나'하는 식의 업데이트를 계속할 수 있어요. 서울이 베를린보다 조금 더 현대적인 것 같아요. 베를린은 아직 예전 것들이 많이 남아있어요. 이 점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직업적 만족도도 높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되돌아보며 성장과 변화의 기록을 스스로 체크가 가능하다.


"어느 시기에 이런 작업을 했고, 이걸 바탕으로 어떻게 발전시켜왔구나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걸 보지 못하고 소비되고 마는 직업도 많잖아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많으면 어떻게 성장하는지 볼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이 직업과 잘 맞아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비대면이 일상이 된 지 3년이다. 이제 엔데믹으로 향해가고 있지만, 이전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 그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김영삼은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멀어졌던 동료들 간의 거리감이 이제는 조금 더 가까워지길 바라고 있다.


"일할 때의 과정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으면 해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일이 많이 진행됐어요. 한국에서의 일은 모두 비대면이었고요. 이제는 컴퓨터 앞에서 주야장천 혼자 작업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깝게 연대하며 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향후 WWS의 행보를 물으니 '두고 봐야 한다'라고 답한다. 단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앞으로 함께 작업해나갈 풍경과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이다.


"저희도 보고 있어요. 미팅을 한 후 저희끼리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라는 말을 하거든요. 그게 WWS의 뜻이기도 하고요. 이 단어가 직업의 불확실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내가 아이디어를 냈어도 맞는지, 안 맞는지, 두고 봐야 하죠. WWS의 행보도 이처럼 두고 보고 있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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