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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죄인입니까 [최승근의 되짚기]


입력 2022.05.23 07:01 수정 2022.05.23 05:0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소비자 입장에서는 300원 가격 인상과 동일하게 인식

일손은 부족한데 각종 비용부담은 늘고

이젠 손님까지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거센 반발 원인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 주방에 마련돼 있는 일회용컵.ⓒ뉴시스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 주방에 마련돼 있는 일회용컵.ⓒ뉴시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놓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자영업자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서 어려움을 호소한 끝에 당초 6월10일 시행에서 6개월의 유예기간을 얻어냈지만 현재 규제 수준으로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불만이 높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백~수천개의 바코드 라벨을 붙이는 일감폭탄부터 카드수수료 등 비용 문제까지 떠안게 되다 보니 일각에서는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불만이 큰 부분은 형평성 문제다.


이번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커피 등 105개 브랜드의 전국 3만8000여개 매장이 대상이다. 반면 개인 카페나 가맹점 수가 적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규제에서 자유롭다.


적용 대상인 점주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들과 같은 개인사업자인데 가맹점을 한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0%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와 소상공인 점주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반면 일각에서는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도 나온다. 올 1월 관련 법안이 입법예고 돼 수개월이 지난 후 시행되는 것인데 그동안은 뭘 하다가 이제와 불만을 쏟아내는 것이냐는 의미다.


이런 지적도 분명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재 외식산업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보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하소연에 대한 배경이 보인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비롯한 외식 자영업자들의 기초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다.


빚을 내 버티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작년부터는 우유, 원두, 일회용컵 등 원부자재 가격마저 치솟고 있다. 매년 인건비가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구인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그나마도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300원의 보증금이 갖는 의미가 상당히 크다는 반응이다. 컵을 가져오는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돈이지만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는 300원의 가격인상으로 받아들인다는 이유 때문이다.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비중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300원의 가격 인상 효과는 생존을 위협하는 비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보증금제 시행으로 일거리가 늘고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것만도 벅찬 상황에 손님까지 경쟁 가게에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거센 반감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2년이 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외식 자영업자들은 사적모임 및 영업시간 제한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했다.


매출 감소 등 경제적인 손실에도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계속된 의무와 규제에 이제는 너무 지쳤다는 반응이다. 환경보호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만 하는 것이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일회용컵 보증금 문제를 취재하면서 가맹점주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죄인입니까?”라는 말이었다.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경제활동을 ‘죄’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상황이 야속하다는 하소연과 함께 말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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