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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재계 기상도-①] 안갯속 '韓경제 버팀목' 삼성…"이재용 사면 서둘러야"


입력 2022.04.07 06:00 수정 2022.04.06 17:4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가석방 신분으로 경영활동 제약 심해…긴박한 국제정세 속 운신폭 넓혀줘야

삼성물산 합병 재판에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수사까지 첩첩산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5월 10일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재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전 정부에 비해 전반적인 기업 경영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별로 주력 업종과 새 정부 정책기조와의 연계성, 총수의 성향 등에 따라 상황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정부 출범을 계기로 주요 대기업 집단별 기상도를 그려본다.[편집자 주]


‘장마 그치자 짙은 안개’.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의 기상도다.


일인자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무겁다. 바라는 것도 많고, 책임도 많이 돌린다. 이 부회장은 누구보다도 일인자의 고통을 많이 감내해 왔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일등 기업의 역할을 강요받아왔고, 최선을 다해 이행했으며, 다시 정권이 바뀌면 그 대가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부가 민간을 동원한 사업을 벌일 때마다 삼성은 ‘준조세(準組稅)’의 기준점이었다. 삼성이 일정 금액을 내놓으면 후순위 기업들이 일정 비율대로 갹출하는 식이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 마련에서도 삼성이 가장 많은 돈을 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 하에 기금 마련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철퇴를 가할 때도 삼성이 최우선 타깃이었다.


2018년 7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2018년 7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문 정부 들어 이재용 부회장의 어깨에는 고용 확대, 시스템반도체 육성, 남북 정상회담, 심지어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물품 생산 확대나 백신 확보와 같은 짐이 지워졌고, 그 와중에도 수시로 재판에 출석하다 결국 구속 수감되는 상황까지 처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을 통해 신체적 자유는 되찾았지만 여전히 신분적 자유는 되찾지 못했다. 가석방은 형을 유지한 채 구금 상태만 임시 해제되는 것으로, 보호관찰과 취업제한 등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 부회장이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 윤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삼성이 투자와 고용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휴대폰, 메모리반도체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 공급부족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도록 이끌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물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스마트팩토리 노하우를 전수해준 것처럼 재계 리딩업체의 역할도 지속해야 한다.


대외 불확실성이 클수록 이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킹의 활용폭도 넓어진다. 민간외교를 통해 여러 복잡한 사안들을 정식 외교경로보다 손쉽게 풀어낼 수도 있고, 대통령 해외 순방 때도 이 부회장의 동행 여부에 따라 초청국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어느 나라건 정치인보다 잠재적 투자자를 더 반기게 마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21년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오른쪽)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21년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오른쪽)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하지만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등기이사로 책임경영을 할 수도 없는, 보호관찰과 취업제한에 묶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은 제한된다.


윤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결정해 그의 운신 폭을 좁히는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 신분으로는 국내에서도 문제지만, 특히 해외에서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많다”면서 “미국의 경우 정책적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형기가 남아있는 신분을 빌미로 올가미를 씌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풀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게 안 된다면)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라도 국익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세계무대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달 뒤 여당이 될 국민의힘도 이 부회장의 사면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 문제를 매듭지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 임기 내 사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 직후, 혹은 현충일‧광복절 특사를 통해 이 부회장이 신분적 자유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재계 저승사자'에서 '경제 파트너'로 변신할까


사면이 이뤄진다 해도 이 부회장에게는 여전히 여러 고비가 남아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으로, 이 재판이 삼정회계법인 재판과 병합되면서 이 부회장은 3주에 한 번 꼴로 주2회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사법 리스크가 끊임없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검찰이 삼성그룹의 ‘급식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 수사에 나서면서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본사와 삼성웰스토리를 압수수색에 착수한 검찰은 이달 1일 영장 집행을 완료했으며, 삼성 계열사들이 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운영·위탁을 맡기게 된 경위와 이를 통해 입은 손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그룹사들의 웰스토리 지원이 삼성물산으로의 배당 확대를 통한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 있는지도 살피고 있어 수사의 파장이 이 부회장에게까지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벌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관련 영장기각사태 등의 악연과, 윤 당선인이 한때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점을 들어 새 정부에서 이 부회장이 더 큰 궁지에 몰리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경제 파트너’를 자처한 윤 당선인이 정부 출범 초기부터 재계 서열 1위 기업 총수를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게 함으로써 재계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던져주는 일은 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동근 교수는 “거래 대가를 과도하게 지불하는 등 부당 거래가 있었다면 모를까 단지 계열사 내부 거래라는 사실만으로 범죄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기업의 조직 분화나 외주화와 같은 선택의 영역을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구태를 윤 정부에서는 벗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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