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활성화 반영 못한 시청률...화제성과 괴리 심각
“우리 집에서 ‘9시 뉴스’를 보면 시청률이 올라갈까?” “넷플릭스로 본 드라마는 시청률에 반영될까?”
시청률은 대중에겐 트렌드를 읽는 지표가 되고,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울게 하기도, 또 웃게 하기도 한다. 무명의 출연자도 단번에 스타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바로 시청률이다. 하지만 민감해야 할 시청률 조사의 출발과 동시에 궁금증, 의심의 역사도 시작됐다.
ⓒ코바코 성윤택 박사 제공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송출되는 TV의 특성상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중요 지표가 된다. 언제, 어떤 방송을, 누가, 얼마나 보는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방송사는 시청 습관과 형태 등을 분석해 제작과 편성 방향·전략을 세운다. 특히 시청자들이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광고주가 그 요금을 광고료로 지불하는 구조로 형성이 돼있는 만큼, 방송사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필수적이다.
초기에는 전화를 걸어 물어보거나 시청자가 직접 기입하게 하는 방식을 활용하다, TV 보급이 확산된 이후인 1990년대, 체계적인 시청률 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피플미터 방식의 시청률 조사를 처음 도입했던 갤럽은, 시청률 자료 구매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약 2년 만인 1992년 조사를 중단 했다. 1991년에는 TV시청률 조사회사 미디어서비스코리아(MSK)가 서울 지역의 300가구를 표본으로 피플미터를 이용해 시청률 조사를 실시했다.
시청률 조사가 등장함과 동시에 의심의 역사도 시작된다. 당시 서울 지역에 한정돼 시청률을 조사하다보니 시청률 조사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실제로 1991년 방송됐던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64.9%, 1995년 방영된 ‘젊은이의 양지’는 62.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금은 상상도 하기 힘든 수치로, 그 당시라서 가능했던 시청률이다.
현재 국내 시청률 조사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구 AC닐슨)와 TNmS(구 TNS미디어코리아)의 경쟁이 시작됐던 1999년 시청률 조사에도 변화가 생겼다. 현재는 AGB닐슨미디어리서치는 전국 16개 시·도, 77개 방송권역을 모두 포함하는 4320가구 규모로 피플미터기를 통한 시청률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고, TNmS역시 전국 16개 시·도 지역의 4000가구 규모로 피플미터기 방식의 조사를 하고 있다.
두 회사의 경쟁이 본격화되던 2000년 이후엔 60%의 벽을 넘는 프로그램은 더 이상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신뢰도가 상승했는가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인터넷상에서는 인기를 모으는 작품이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반면 큰 화제성이 없는 일일드라마 시청률이 30%를 넘기면서 시청자들의 체감온도 차이가 발생하면서다.
이러한 체감온도 차이는 4인 가족 가구를 주로 표본가구로 선정하는 데서 기인한다. 젊은 층이 뉴미디어를 통해 많이 시청하기 때문에 시청률 조사에선 높은 연령대의 기호가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가족 단위를 표본으로 삼다 보니 시청률이 ‘뻥튀기’ 된다는 문제도 있다. 표본가구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시청을 하면 가구 시청률로 포함되기 때문. 예컨대 4인가족 구성원 가운데 1명이 드라마 ‘A’를 시청한다면 4명이 드라마를 본 것으로 조사된다. 업계에서는 개인 시청률을 측정할 경우 가구 시청률보다 3분의1 정도 낮은 수치가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두 업체가 공개하는 시청률 결과가 서로 달라 혼선을 빚는 일도 허다하다. 심지어 2006년엔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의해 TNS미디어코리아사의 시청률 조작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AGB닐슨미디어리서치는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월 사이 발표된 TNS미디어코리아의 각종 시청률 조사 결과 가운데 600여건이 인위적으로 고쳐졌다고 주장했고, 2011년 대법원이 TNS미디어코리아가 시청률을 조작했다고 판시하면서 시청률 조사에 대한 신뢰도는 더 낮아졌다.
ⓒ픽사베이
가장 큰 문제는 미디어 환경과 시청 형태가 급변하고 가구와 인구구조의 변화가 지속 발생함에도 시청률 조사 방식은 여전히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는 물론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활성화됐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시청률과 화제성의 괴리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방송가의 반발도 거세다. 지상파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청률 조사 체계가 케이블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CJ ENM은 지상파, 종편, 일반 PP 등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콘텐츠영향력지수’(CPI), KBS는 본방송·재방송·VOD 시청 등을 더해 화제성을 측정하는 ‘코코파이’(KOCO PIE) 등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특정 기업, 방송사들이 각사에 유리한 지표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오래 전부터 지적 되어 온 시청률 조사 신뢰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 시청률 자료의 산출 과정과 신뢰도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절차는 ‘시청률 검증’이다. 일찍이 시청률 자료를 생산하던 영국과 독일,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시청률 조사에 대한 검증은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9년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가 구성되기 시작했고 2005년까지 시청률 조사 검증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률조사협의회는 2007년 해체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2008년부터는 연구 용역 형태로 진행됐다. 시청점유율 제한 제도가 도입된 2010년부터는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에서 개발된 검증 영역을 기반으로 시청점유율 조사에 대한 검증을 수행하기도 했다.
코바코(KOBACO) 성윤택 박사는 현행 시청률 조사의 한계와 시청 형태 변화에 따른 대안 모색을 주제로 한 토론회 당시 발제자로 나서 미국의 MRC(Media Rating Council) 사례를 들며 “K-MRC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시청률 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방송사의 제작 PD 역시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콘텐츠를 다루면 TV 시청률에서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없는 구조”라며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청률은 곧 콘텐츠 제작의 선순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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