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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흔들리는 지금, 이해진·김범수에게 ‘배의 존재’를 또 묻는다 [데스크 칼럼]


입력 2022.01.28 07:00 수정 2022.01.28 06:50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혁신의 기업에서…180도 평가 바뀐 네이버·카카오

‘직장 갑질’·‘모럴해저드’ 논란… 이해진·김범수에도 비난의 화살

“배의 존재 이유는 항구 아닌 바다”…‘기업가의 야성’ 흔들리지 말아야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21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21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런 게 격세지감일까. 십여 년 넘게 인터넷 혁신기업으로 모범이 돼 왔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자살 사건이, 카카오는 계열사 경영진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로 인한 모럴해저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 사업 확대 논란으로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이유다.


네이버·카카오를 두고 세간의 평가가 몇 년 사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업계에선 급격히 몸집이 커진 데 따른 ‘성장통’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고경영자가 소수의 중간관리자를 관리하며, 이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업을 이끌어 가는 이른바 ‘몽골 기병’식 조직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몽골 기병은 한 사람의 기수가 나서서 기병들을 이끌어 가는데, 빠른 정보 전달과 스피드로 단숨에 소수의 인원으로 유라시아 전역을 지배했다. 실제로 네이버·카카오 역시 몽골 기병을 연상시키는 조직관리로 시장을 제패하고 이를 선점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몸집이 커지며 창업자와 그의 핵심 그룹이 주요 의사 결정을 사실상 독식하는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의사 결정의 최정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이들의 ‘벤처 마인드’에도 화살이 꽂혔다. 구시대적 벤처 마인드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영에 요행이란 없다. 인정하든 안 하든 네이버·카카오가 지금처럼 각 분야의 1등 기업이 된 것은 이 둘의 벤처 마인드가 작용한 결과다. 김범수 의장·이해진 GIO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붕괴되고 많은 업체들이 인터넷 업계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도산하던 시기에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수많은 위기를 견디며 현재의 신화적 IT 기업을 일궜다.


실제 2007년 김범수 의장은 당시 몸 담고 있던 NHN(현 네이버) 직원들에게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는 이메일을 보내고 이해진 GIO와 결별하며 지금의 카카오를 만들었다. 이해진 GIO 역시 김 의장을 떠나보내고 회사에 남아 라인 서비스 등을 성공시키며 네이버를 국내 포털의 절대 강자로 키워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 주식 시장 시가 총액 4위와 9위다. 그동안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불확실한 도전보다는 효율을 요구하고, 주주들은 안정적 수익창출만을 기대하고 있다. 그저 평범하고 돈 많은 공룡 기업의 모습을 강요하고, 이들의 벤처 마인드를 과하게 폄훼하고 있다.


물론 앞서 지적한 것처럼 빠른 성장으로 인한 임직원의 모럴해저드,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 같은 부작용도 생겼다. 여기에 혁신 기술을 연구하고 밤을 새워 가며 문제를 해결했던 직원들의 보상도 소홀했다.


그러나 벤처 마인드를 뺀 이해진과 김범수, 도전정신없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상상하기 어렵다.


숨 가쁘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하면 글로벌 테크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은 기억에서 조차 사라진 필름 카메라 1위 기업 ‘코닥’이 그랬고, 검색 서비스의 대명사 ‘야후’도 그랬다. 경영학자들은 “급변하는 시장과 기술을 따라잡지 못해 몰락한 기업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 네이버·카카오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그래서 불길하다. 무엇보다 이해진·김범수와 같은 기업가들의 혁신 의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몰락의 징조다.


변하지 않으면 빨리 망하는 세상이다. 다만,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회사 성장 과정에서 혹시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핑계를 대거나 회피하기보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바꾸는 것도 벤처 마인드의 핵심가치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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