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전선 미국 생산법인 전경ⓒLS전선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의 무게추가 그래픽처리장치(GPU)·반도체에서 '전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연산용 칩을 아무리 확보해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흘려보내지 못하면 가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목도가 낮았던 서버 단지 내부의 전력 배전 설비가 새로운 병목이자 투자처로 떠오른 배경이다.
최근에는 가온전선의 미국 자회사 LSCUS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수조 원 규모의 버스덕트(Busduct) 장기 공급 계약을 잇달아 확보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LSCUS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핵심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2~3개 핵심 공급업체를 선정해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LSCUS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벤더 등록을 완료한 뒤 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했으며,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업으로 고객군을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 대비 전력 밀도가 훨씬 높다. 수천 개의 GPU 서버에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만큼 전력 배전 시스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력망 구축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배전 역량이 AI 인프라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대표적인 전력 배전 제품이 버스덕트다. 버스덕트는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전력을 각 서버와 랙(Rack)으로 전달하는 설비로, AI 데이터센터의 '혈관' 역할을 한다.
전력 손실을 줄이면서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분배할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기존 케이블 대비 설치 기간이 짧고 서버 증설 시 전력 공급 라인을 쉽게 추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AI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밀도가 높은 시설일수록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ABB, 지멘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소수 유럽 업체들이 주도해 왔다. 최근에는 LSCUS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급망에 진입하며 시장 내 존재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는 전력 장애 발생 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고객사 벤더 등록과 품질 검증이 필수적이다. 수년간 축적된 공급 실적과 납기 대응 능력, 설계 역량 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버스덕트는 인증만 받았다고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며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지만 실제 수혜는 품질과 공급 실적을 검증받은 업체들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온전선은 데이터센터 외부 전력망용 케이블 공급과 함께 LSCUS를 통한 내부 배전 사업을 병행하며 사업 구조를 넓혀가고 있다. 전선 제조사에서 AI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행보로 읽힌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반도체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며 "최근 시장의 관심이 반도체에서 전력망과 전력 배전 등 전력 인프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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