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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탐욕이 불러온 비극


입력 2022.01.20 14:01 수정 2022.01.20 10:30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1995년 3월 27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구찌 창업자의 손자이자 전임 회장인 마우리치오 구찌가 자신의 사무실 계단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이다. 범인은 4년 전 헤어진 전 부인으로 청부업자를 고용해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세기의 악녀로 불리는 마우리치오의 전 부인 파트리치아의 실화이자, 사라 게이 포든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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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과거로 돌아가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 분)와 마우리치오(아담 드라이버 분)가 파티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파트리치아는 자신을 구찌라고 소개하는 마우리치오에게 다가가 그의 사랑을 얻는 데에 성공한다. 아버지(제레미 아이언스 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감행한 마우리치오는 소박한 삶에 행복을 느끼지만, 그녀는 남편을 부추겨 경영에 복귀시킨다. 큰아버지인 알도(알 파치노 분)를 발판 삼아 가족사업에 한 걸음 다가서고 그 과정에서 사촌 파올로(자레드 레토 분)와 경쟁관계에 놓이며 집안은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탐욕스러운 욕망의 끝은 몰락과 비극을 부른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파트리치아는 이탈리아 왕조와 같은 구찌 가문에 이끌려 마우리치오에게 접근하고 처음에는 돈은 좇는 듯하더니 나중에는 권력까지 탐한다. 평화롭게 보였던 가문의 사람들은 파트리치아로 인해 감춰둔 욕망과 질투, 탐욕과 오만, 혐오와 경멸을 드러내고 결국 그녀의 지나친 욕망은 구찌 가문 전체를 몰락하게 만든다. 감독은 탐욕에 휩싸여 비극적 사건이 벌어진 한 가문의 비화를 통해 가문을 비롯한 모든 몰락 역사의 근원에는 탐욕스러운 욕망이 자리 잡고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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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중심의 사회와 폐쇄적인 가족문화를 지적한다. 영화는 소설의 원작과 달리 배타적인 가족문화와 남성 중심사회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아야 했던 당시 사회여건에 초점을 맞춘다. 창업자 구찌오의 2세들이 치열하게 가업을 키워온 데 비해 3세인 파울로와 마우리치오는 회사를 운영할 능력이 부족했음에도 구찌의 남성들은 가업을 이어야 했다. 파트리치아가 남편을 통해 욕망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것도 구찌 경영에 대한 발언권이 남성에게만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원작이 장인들로 가득했던 구찌 공장에 대한 묘사와 허영심과 의부증 때문에 재벌 남편을 살해한 파트리치아를 세기의 악녀로 그렸다면, 영화는 가족 이외에 배타적이었던 문화와 장인정신은 퇴색하고 물신주의에 대한 환상이 가득한 세태를 풍자한다. 이탈리아에서 내로라하는 가문 중의 하나였고 가족경영 중심의 기업이었지만 마우리치오를 끝으로 현재는 구찌 가문 중 한 명도 구찌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문은 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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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사회의 화려함과 추악함, 강렬한 대비가 배우들을 통해 잘 전달된다.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파트리치아를 연기한 레이디 가가는 이번 역할을 위해 6개월 동안 북부 이탈리아의 억양을 배웠고 몸무게도 증량하면서 완벽한 파트리치아의 모습을 보였다. 파울로 구찌 역을 맡은 자레드 레토는 6시간 분장을 하며 실제 인물 그 자체로 빙의된 모습을 선보였다. 여기에 할리우드의 연기파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아담 드라이버 배우들의 경이로운 연기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우리 사회에도 부자가 3대를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명성과 부를 얻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지속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깊은 역사와 함께 상속되던 가업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부를 위해 질주할 때 파멸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들이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지다가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고 한 명의 인간 내면에 심어진 욕망의 씨앗이 얼마나 큰 파국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며 영화는 인간으로 살아가며 가져야 하는 올바른 태도를 되새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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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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