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놀랍도록 뻔한 '해피 뉴 이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12.29 09:10  수정 2021.12.29 10:27

러닝타임 138분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는 나올 수 없는 걸까. 쟁쟁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랑을 보여주겠다고 나서지만, 배우들의 이름값만 아까운 영화들이 즐비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해피 뉴 이어'는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이 한 스크린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안겼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러브 액츄얼리'가 희망사항인 로맨스 영화였다.


'해피 뉴 이어'는 수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떠나고, 만나고, 헤어지는 연말연시의 호텔을 배경으로 14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호텔 매니저 소진(한지민 분)은 15년째 남사친 라디오 PD 승효(김영광 분)를 짝사랑하지만, 승효가 여자친구 영주(고성희 분)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소진은 매주 토요일마다 맞선을 보러 오는 진호(이진욱 분)과 계속 마주친다.


딸 영주의 결혼식을 위해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은 캐서린(이혜영 분)은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던 첫사랑 상규(정진영 분)과 재회해 못다 한 사랑을 이루려 한다.


취업 준비생 재용(강하늘 분)은 자신의 현실을 비관해 생을 마감하기 위해 엠브로 호텔을 찾는다. 그곳에서 모닝콜 직원(임윤아 분)과 통화를 하며 조금씩 생기를 찾아가고, 뮤지컬 배우가 꿈인 호텔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 분)은 대표 용진(이동욱 분)과 얽혀, 꿈과 사랑을 이루기 직전이다.


승효가 연출하는 라디오 진행자이자 인기 가수인 이강(서강준 분)은 무명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매니저 상훈(이광수 분)과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상훈은 이강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지만 대형 기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이강을 잡을 용기가 없다.


소진의 동생 세직(조준영 분)은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아영(원지안 분)에게 반해 이제 막 첫사랑에 접어들었다. 14명의 인물들은 짝사랑, 첫사랑, 노년의 사랑, 브로맨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촘촘하게 얽혀 인연을 만들어나가지만,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반복한다. 신선함도 공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많아 개인의 사연에 깊이까지 다룰 여유가 없으며 결말을 위한 갈등, 위기 봉합에 급급하다. 이외에도 신의 몰입감을 위해 등장하는 배경 음악이 너무 자주 등장해 영화가 아닌,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안긴다. 카더가든의 '명동콜링', 윤하의 '느린 우체통' 등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노래가 영화 속 장면을 집어삼킨다.


그나마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충실해 준 연기가 '해피 뉴 이어'의 체면을 간신히 살린다.


특히 최근 '지옥'에서 모성애 연기를 보여줬던 원진아가 뮤지컬 배우 지망생으로 분해, 20대의 특성을 잘 살린 억양과 표정 등으로 지금까지 보여줬던 이미지를 벗어나 눈길을 잡는다. 또 인생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강하늘의 연기, 이광수의 짠내나는 모습도 영화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신예 조준영은 신선한 마스크와 선배들 사이에서 무리 없이 녹아드는 연기로 가능성을 확인시킨다.


한편 '해피 뉴 이어'는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이 잡았다. 특별 출연과 자신의 작품을 패러디한 장면이 서비스로 준비됐다. 연말,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과 자극 없이 스트레스 없는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29일 OTT 티빙과 동시 상영. 러닝타임 1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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