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급여 5년 동안 3회 10%·4회 25%·5회 40%·6회 이상 50% 감액
전문가 "자발적 반복수급 거의 없는데도 정부가 입증 책임·증명 요구…행정 편의주의"
"특정 산업별 반복수급 패턴 지속적 분석·모니터링 필요…제도 개선에 적극 반영"
1일 오전 대전시 서구 탄방동 대전고용복지플러스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구직급여 반복 수급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막는 방안을 마련하자 타의로 반복수급을 할 수 밖에 없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몇몇 일자리의 특성상 반복 수급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특정 산업별 반복수급 패턴의 지속적인 분석과 모니터링을 통해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일부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 이에 따라 구직급여를 반복해서 받으면 수급액이 최대 절반 깎이고, 다시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대폭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구직급여를 5년 동안 3회 이상 받은 경우 3회째는 10%, 4회째는 25%, 5회째는 40%, 6회 이상부터는 50% 감액한다. 또 구직급여를 다시 받기 위한 대기 기간을 기존 7일에서 최대 4주로 연장한다.
또 정부는 구직급여 제도를 악용해 단기일자리를 계약하는 등의 관행을 막고자 구직급여 반복 수급자가 많은 기업의 사업주가 부담하는 실업급여 보험료를 40% 이내에서 추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구직급여를 받는 기간을 휴가로 인식해 단기간 취업을 반복하면서 적극적인 구직활동 없이 취미활동 등을 하는 행태를 개선하고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반복 수급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발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계약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노동시장의 상황과 불안정한 고용관계 등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정부가 구직급여 반복수급 시 감액하는 방식으로 제재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정부가 수급 횟수에 반영하지 않는 예외 상황을 두긴 했지만 가뜩이나 노동시장에서 불리한 처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예외 상황에 속함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입증의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년유니온과 참여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시민단체가 3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법 개정 이후 특정 산업별 반복수급 패턴을 지속적으로 분석 및 모니터링해 변화 추이를 살펴보고 이를 제도 개선에 적극 반영해 수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이번 개정안엔 반복 수급자가 많은 기업의 사업주에 대한 규제도 포함됐는데 '제도를 악용해 많은 사람을 자르는 기업의 사업주에게 조금 더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며 "이 의도가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제대로 작동하는지 향후 데이터를 통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노동 전문가들은 "특정 산업 또는 특정 일자리의 경우 구직급여를 의도적으로 반복해 받거나 악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특성상 반복 수급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예를 들어, 해양수산업에선 특정 기간에만 일하고 특정 기간 쉬다가 다시 일하는 식의 반복되는 패턴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정부는 구체적으로 특정 산업 또는 일자리별로 반복수급 패턴을 분석 및 모니터링해 제도에 반영해 나가야 한다"며 "특히,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자리와 노동시장의 구조 개편에 따라 그런 일자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패턴을 분석해 부정적인 피해나 상황 가운데 빠지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