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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왜 '폭스바겐 ID.4' 대신 '아이오닉 5-EV6'를 택했나


입력 2021.10.31 07:00 수정 2021.10.29 20:0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아이오닉 5, 친환경차 부문 1위…EV6, 경쟁 치열한 프리미엄 부문 1위

BMW iX, 벤츠 EQS, 폭스바겐 ID.4, 아우디 Q4 e-트론 등 독일계 경쟁차 제쳐

11월 올해의 차 최종 결선서 아이오닉 5‧EV6 등 5개 차종 경쟁

E-GMP 기반, 디자인‧실내공간‧성능‧활용도 등 경쟁력 뛰어나

아이오닉 5 유럽 판매모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유럽 판매모델. ⓒ현대자동차

독일에서 한해 출시된 최고의 차를 선정하는 무대에 한국산 전기차 2종이 부문별 최고 자리에 오르는 이변이 벌어졌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을 보유한 자동차 종주국 독일에서 외국계 브랜드가 최고 평가를 받는 일은 흔치 않다.


이변을 연출한 차들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형제차들이 독일차보다 더 강렬하게 독일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3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아이오닉 5와 EV6는 최근 발표된 ‘2022 독일 올해의 차(German Car of the Year 2022)’ 부문별 우승자로 선정됐다. 아이오닉 5는 ‘뉴 에너지(New Energy)’ 부문에서, EV6는 ‘프리미엄(Premium)’ 부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아이오닉 5와 EV6는 오는 11월 말 부문별 우승자들끼리 맞붙는 ‘독일 올해의 차’ 최종 평가에서 ‘왕중왕’의 자리를 노린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독일 올해의 차 시상식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높은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독일이 각종 첨단 기술과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오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심사위원, 엄격한 심사 기준 등도 독일 올해의 차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독일 올해의 차 심사위원단은 약 20명의 자동차 전문 기자로 구성되며, 길게는 1976년부터 자동차 전문 기자 생활을 시작한 심사위원부터 자동차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심사위원, ‘세계 올해의 자동차(World car of the year)’와 워즈오토의 ‘올해의 엔진(International Engine of the Year)’ 등을 선정하는 심사위원까지 대부분이 화려한 경력과 전문성을 자랑한다.


EV6 유럽 판매모델. ⓒ기아 EV6 유럽 판매모델. ⓒ기아

독일 올해의 차는 매년 그해 독일에서 출시된 신차들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한다. 실용성, 주행성능, 혁신성, 시장 적합도 등을 면밀히 평가해 분야별 최고의 차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독일 올해의 차가 선정하는 분야는 ▲구매가 최대 2만5000유로 미만인 콤팩트(Compact) ▲구매가 최대 5만 유로 미만인 프리미엄(Premium) ▲구매가 5만 유로 이상인 럭셔리(Luxury) ▲고성능 차를 대상으로 하는 퍼포먼스(Performance)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와 같은 대체 구동계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하는 뉴 에너지(New Energy) 등이다.


각 분야별 최고의 차가 선정되면 심사위원단은 이 차들을 토대로 다시 한번 심사를 진행해 11월 말 최종적으로 독일 올해의 차를 선정한다.


올해는 아이오닉5와 기아 EV6를 포함해 총 45종의 신차가 평가에 참여했다. 전기차 확산 추세에 맞게 글로벌 최신 전기차들이 모두 심사 대상에 포함됐고, 독일을 홈그라운드로 삼는 BMW iX, 메르세데스-벤츠 EQS, 폭스바겐 ID.4, 아우디 Q4 e-트론 등도 참여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오닉 5와 EV6는 전기차들끼리 맞붙는 뉴에너지 부문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EV6는 이와 동시에 수요층이 가장 넓고 경쟁이 치열한 가격대에 속하는 프리미엄 부문에서 최고 차로 꼽혔다.


아이오닉 5 유럽 판매모델의 충전 모습.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유럽 판매모델의 충전 모습.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경우, 현대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뛰어난 가성비, 혁신적인 800V 고속 충전 기술을 바탕으로 뉴 에너지 부문 최고의 차 자리에 올랐다. 심사위원단은 “아이오닉 5는 뉴 에너지 부문에서 수상할 자격이 충분할 만큼 전체적인 구성이 인상적이다”고 평가했다.


아이오닉 5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덕에 여러 장점을 갖는다.


앞뒤 바퀴를 차량 끝단에 극단적으로 붙인 구성으로 휠베이스를 크게 늘려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고, 58kWh와 72.6kWh 배터리를 기반으로 후륜과 4륜구동 방식을 제공한다. 72.6kWh 배터리에 후륜구동을 조합한 아이오닉 5는 유럽 인증(WLTP)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481km를 주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오닉 5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초급속 충전 기술이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한 덕에 초급속 충전기 이용시 배터리 용량에 관계없이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8분이면 충분하다.


독일에서 판매 중인 유럽 전기차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V2L(Vehicle to Load) 기능도 아이오닉 5가 가진 경쟁력 중 하나다. V2L 기능을 활용하면 노트북이나 전기 스쿠터 등 모든 전자기기를 실내외에서 자유롭게 충전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아이오닉 5 실내에서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활용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실내에서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활용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가 독보적인 전기차 기술력으로 뉴 에너지 부문을 수상했다면, EV6는 뛰어난 가치와 균형 잡힌 상품성으로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의 우승자에 올랐다.


이는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의 특징을 살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독일 올해의 차의 프리미엄 부문은 수요층이 넓은 2만5000~5만 유로로 판매되는 신차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전기차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실제, 현재 유럽에서 판매 중인 주요 프리미엄 자동차들은 4만 유로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만큼 차종도 다양하다. 정통 세단, 크로스오버 전기차, 스포츠카, 콤팩트 SUV 등이 해당 가격대에 포진해 있다.


EV6 유럽 판매모델. ⓒ기아 EV6 유럽 판매모델. ⓒ기아

유럽 시작 가격이 4만4990유로인 EV6는 이번 수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았다. 더군다나 EV6는 아이오닉 5가 수상한 뉴 에너지 부문에서도 2위에 오르며 전기차로서의 상품성까지 함께 입증했다.


EV6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덕분에 기존 내연기관차와는 완전히 다른 비율과 디자인을 갖출 수 있었다. 여기에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가 더해져 그 어떤 자동차보다 역동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는 EV6가 속한 프리미엄 자동차 부문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실내에서도 EV6만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커다란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넓고 낮게 배치해 실내 공간을 극대화했으며, 운전자 중심적인 디자인을 더해 미래지향적인 느낌까지 전달한다.


EV6의 특징이 극대화되는 부분은 전기차로서의 가치다. 77.4kWh 배터리와 후륜구동을 조합할 경우 유럽 WLTP 기준, 1회 충전으로 최대 528km를 달릴 수 있다.


아이오닉 5와 마찬가지로 초급속 충전 기술과 V2L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EV6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EV6 실내 모습. ⓒ기아 EV6 실내 모습. ⓒ기아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와 EV6의 이번 독일 올해의 차 수상을 통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CO(Chief Creative Officer)는 아이오닉 5에 대해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제공하는 혁신적인 구조로 안팎을 디자인한 첫 번째 전기차”라며 “이번 뉴 에너지 부문 수상을 통해 현대차가 다양한 전동화 과정을 거쳐 고객을 배려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EV6에 대해 “감성적인 디자인, 역동적인 성능, 인상적인 주행거리 및 초고속 충전 기능이 진정 특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며 “기아의 눈부신 업적을 인정하는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 상을 받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총 5개 부문 중 2개 부문에서 정상에 오른 아이오닉 5와 EV6는 다른 3개 차종과 함께 오는 내달 말 ‘독일 올해의 차’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친다. 독일 자동차 시장이 갖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독일 올해의 차’ 최종 우승자로 한국 브랜드의 차종이 선정된다면 시장에서의 반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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