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대수술인가 친박계 제거하기인가"

입력 2008.03.07 18:02  수정

경기 공천 결과는 ´영남 물갈이´ 신호탄 분석

친박 대거 탈락 경우 탈당 후 무소속 연대 가능성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대표적 친(親)박근혜 계인 한선교, 이규택 의원이 공천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정치권의 촉각이 ‘공천의 화약고’로 지목되는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의 생존율로 집중되고 있다. 영남권은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곳.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영남권을 지키는 데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이-친박 양대 계파로 갈려져 있는 당의 향후 5년간 ‘주도권’이 이번 공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 입장에선 일종의 정치적 ‘생존의 문제’가 달린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이번 결과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후 ´자택칩거´에 들어갔다. 그는 "단지 나를 도왔다는 그 이유로 탈락을 시켰다"면서 "이런 것은 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예정돼 있던 서울 4개 지역 선거사무소 개소식 방문 등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최종 공천 발표가 다가오면서 입장 표명에는 다소 조심스럽다. 한 의원은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할 말이 없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박 대표가 입장 표명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전화조차 받지 않고 있다.

특히, 영남권에 포진돼 있는 의원들은 더욱 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당에서는 이미 ‘40%이상 물갈이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뿐만 친이까지도 희생시키겠다는 의도다.

만약 영남권의 친박 의원들이 공천서 대거 탈락할 경우, 친박계가 연합으로 탈당을 결행해 ‘무소속 출마’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찍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경우 당이 쪼개지면서 친박 의원들끼리 신당창당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당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MB계가 박 대표측의 입장을 들어 줄 경우 그 만큼 ‘공천 쇄신’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DJ) 실세들과 친노 실세까지 대거 공천서 탈각시킨 민주당의 ‘공천혁명’ 효과를 누릴려면 ´영남권 수술´은 불가피다는 관측이 많기 때문.

따라서 영남권 대거 물갈이론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로 비쳐진다. 실제로 경기권 공천에서 대표적 친박 의원들이 탈락한 게 그 ‘신호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필요한 곳은 물갈이를 한다는 원칙”이라며 “영남권도 어느 정도 물갈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개혁적 공천을 해달라”고 주문할 정도다.

이와관련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회동에서 친박 공천에 대한 보장이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친박 의원들의 공천 탈락이 현실화되고 박 대표가 격앙돼 있는 것을 보면 회동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지금 민주당의 공천 혁명과 비교 당하고 있어 공천 쇄신 압박이 가중돼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호남 공천 쇄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야 하듯이 한나라당은 영남을 수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물갈이 폭과 관련, “민주당 수준으로 최고 30% 이상을 쳐 내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근거지인 수도권 압승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은 영남권에서 의석 68석 중 61석을 갖고 있다. 대표적 텃밭으로 거론되는 TK(대구·경북)지역과 PK(부산·경남) 지역 최종 공천발표가 각각 오는 9일 10일로 예정돼 있다.

상황에 따라 조금 늦어질 수 있지만, 영남권내에서 친박계 의원들의 공천 여부가 한나라당의 미래를 가름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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