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고민, 친박계의 마지노선은?

입력 2008.03.07 17:56  수정

친이계와 갈등, 정치적 위기상황마다 결단위해 칩거후 전투모드

"영남공천 봐서 최후결단" 전망에 "유감이라는 뜻일뿐" 분석도

측근들의 공천 탈락 이후 자택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오후 외출을 마친 후 차에 탄 채 삼성동 자택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칩거가 시작됐다.

모종의 결심을 내리기 전, 주로 택하는 정치적 행보 가운데 하나인 칩거를 시작한 데는 당내 친이명박계와의 공천갈등 속에 박 전 대표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경선룰 중재안에 대한 거부입장과 함께 "이런 식이라면 경선도 없다"는 격앙된 발언을 남기고 칩거에 들어가 경쟁 상대였던 이명박 후보 측을 강하게 압박했었고, 앞서 4·25 재보선 패배에 대한 지도부 진퇴 논란 때도 역시 칩거를 택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박 전 대표는 6일 경기·제주지역에 대한 공천심사 결과 이규택-한선교 의원 등이 탈락하자 "단지 나를 도왔다는 이유로 탈락을 시켰다"며 "이런 것은 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뒤 7일부터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상징적 행보를 시작했다.

´친박계배제´, ´밀실공천´ 논란 속, "박근혜 대표가 나서달라"는 자파 인사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상황을 지켜봤던 박 전 대표이지만 주말, 영남권 공천발표를 앞두고 터진 친박계 ´물갈이 신호탄´에 더 이상 관망할 수만은 없다는 자세를 취한 것.

당내에서는 이른바 ´공천 살생부´가 나도는가 하면 ´영남 의원의 30%, ´영남 20명´ 등 구체적인 물갈이 폭을 명시한 미확인 풍문도 난무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칩거는 친이계와 당 공심위를 강하게 압박하는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심은 전투모드에 들어간 박 전 대표가 칩거 후 꺼내들 카드에 있다.

전날 ´대학살의 전주곡´ 운운하며 극 반발했던 친박계는 일단 박 전 대표가 칩거 후 내릴 결단을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다.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7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향후 친박계의 대응 계획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대표가 어제 상당한 강도로 이야기를 했으니 나는 더 이상 얘기 안하는 것이 좋겠다"며 박 전 대표에게 공을 넘겼다.

김 최고위원은 "박 대표가 어제부터 칩거에 들어가셨으니..."라며 결단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김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인사들은 이규택-한선교 탈락 사실에 충격을 받고 여의도 모처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이규택 의원도 이날 "박 대표는 정치적 위기 때마다 결단을 앞두고 칩거에 들어갔었다"며 "어제 굉장히 격앙된 목소리로 흥분되게 얘기했다. (박 전 대표의 반응을 접하고) 친박계 의원들이 대책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지금은 뭐 뒤통수 맞아 멍한 상황이지만 일단 재심 청구를 했으니 최고위원회의의 결정을 보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박 대표 또한 철저하게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장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데일리안>은 박 전 대표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측근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그 시각 삼성동 자택에 머물지 않고 모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위기에 접해 칩거했을 때마다 이해당사자들은 그의 자택을 찾아 만나줄 것을 요청해온 터. 상황이 이 같이 흐르자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결단을 기다리겠지만 영남권 공천결과가 예상대로 친박계 물갈이로 흐를 경우 탈당카드 등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그동안 박 전 대표가 공정한 공천에 대한 약속과 신뢰를 믿고 양보해왔는데 어제 상황은 (표적공천이라는) 그런저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없는 것이었기에 격앙되게 반응한 것이지 이를 두고 정치적 결단이나 나아가 탈당 가능성 등을 운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측근은 또 당원 필승결의대회나 후보자 사무실 개소식 참석 취소 등 박 전 대표의 일정취소를 놓고 ´정치적 결단을 앞둔 칩거´라는 시각에 대해 "오늘 공식일정만 잡지 않았을 뿐 측근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점심식사도 하고 외출을 했는데 칩거라니 맞지 않는다"며 "다만 박 전 대표가 일정을 전면 취소한 것은 이 문제(공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제까지 탈락한 몇몇의 경우 교체이유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박 대표의 뜻이고 일정취소는 강력한 항의표시에 하나"라며 "표적공천이라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공심위에 대해 말을 자제해 왔지만 이번에는 도가 지나쳤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즉, 박 전 대표의 칩거가 당장 결단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제껏 수세에 몰렸던 상황을 뒤집기 위한 반전의 카드임과 동시에 향후 진행될 공천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라는 설명.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 측과 경선룰을 놓고 다툴 때도 그랬고, 11월 이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을 탈당,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박 전 대표를 향해 ´구애작전´을 펼쳤을 때도 자신을 향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던 이재오 최고위원과 갈등을 하면서 칩거를 해 상대측에 애를 태워왔다.

당시 박 전 대표의 칩거에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는 "이게 경선 승복이냐. 사실상 경선 불복 아니냐"고 하면서 애를 태웠고,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며 협조를 요청했으나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재오 의원은 최고위원에서 물러나야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 측근은 "향후 수도권과 강원, 영남권 공천상황을 봐 가면서 대표의 대응수위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해 박 전 대표의 칩거가 당 지도부와 친이계, 공심위를 겨냥한 ´경고성´ 행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더욱이 박 전 대표의 이 같인 정치적 행보가 현재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이 재심을 요청해놓은 상황에서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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