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매거진]
캔자스시티의 홈구장 커프만 스타디움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연속 100패’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에는 69승 93패로 100패 악몽에서 벗어났지만 4년 연속 지구 최하위 늪에 빠져있다. 이제는 꼴찌 팀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캔자스시티지만, 2000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밝은 미래가 예상되는 좋은 팀이었다.
자니 데이먼-카를로스 벨트란-저메인 다이-마이크 스위니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은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생산력을 자랑했다. 2000년 데이먼의 136득점과 스위니의 144타점은 로얄스의 프랜차이즈 기록이었으며, 다이의 33홈런도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디 브라운과 카일 스나이더라는 투타 최고의 유망주들이 쑥쑥 자라고 있었다. 월마트 CEO로 당시 로얄스 구단을 인수했던 데이빗 글래스 구단주의 전폭적인 투자만 있었다면 중부지구 챔프를 노릴 만한 팀이 바로 캔자스시티였다.
하지만 ‘자린고비’ 구단주 글래스는 스위니와의 5년 계약만 체결했을 뿐, 외야 3인방(데이먼, 벨트란, 다이)에게 변변한 계약 제의조차 하지 않은 채 팀에서 방출시켰다. 공교롭게도 이들 3명은 모두 오클랜드의 ‘천재 단장’ 빌리 빈의 손을 거치며 뿔뿔이 흩어졌다.
그나마 2003년 5500만 달러(5년)의 장기계약으로 묶어뒀던 스위니는 2005년 이후 급격한 노쇠화를 겪으며 제 몫을 하지 못했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또 다시 빌리 빈의 오클랜드로 향했다.
그러던 캔자스시티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지난해부터다. 이렇다 할 실적도 없는 길 메쉬에게 5년간 5500만 달러를 안겨주며 예상치도 못한 사고를 쳤던 것. 시애틀에 몸담고 있을 당시 만년 유망주에 머물고 말았던 메쉬는 이적 후 9승 13패 방어율 3.67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메쉬의 영입이 성공으로 이어지자 글래스 구단주의 지갑이 열리기 시작했다. 글래스 구단주는 올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마자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즈의 트레이 힐먼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고, 지바 롯데 마린스의 베테랑 투수 야부타 야스히코(36)를 2년간 600만 달러에 데려왔다.
이후에도 25홈런 90타점 정도는 평균으로 해주는 호세 기옌을 FA로 영입(3년 3600만)했고, 구원투수 론 마헤이에게도 적지 않은 금액(2년 800만)을 보장해줬다.
이들의 가세로 오랜 시간 ‘마이너리그 로스터’라 불리던 로얄스의 타선과 투수진은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캔자스시티의 홈구장 커프만 스타디움
지난해 캔자스시티는 에이스 길 메쉬 외에도 브라이언 배니스터(27‧12승 9패 방어율 3.87)와 호아킴 소리아(24‧2승 3패 17세이브 방어율 2.48)라는 2명의 신인 투수를 발굴해냈다.
신인왕 투표에서 마쓰자카를 누르고 3위에 오른 베니스터와 팀의 주전 마무리 자리를 잘 소화해 낸 소리아의 존재는 암울했던 로얄스에 희망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기대주 잭 그라인키(7승 7패 방어율 3.69)와 지미 고블(4승 1패 방어율 3.02) 등이 가세하며 여느 팀 못지않은 뛰어난 불펜진을 구성했다.
타선 역시 기옌의 가세로 어느 정도 수준급 타선을 이뤘다는 평가다. 사실 캔자스시티는 지난 2000년 이후로 30홈런 이상의 타자를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2년간은 20개 이상 때린 선수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팀 홈런은 102개로 파업시즌이던 1995년 이후 한 팀의 시즌 기록으로는 최저 개수다.
이러한 타력의 문제도 호세 기옌의 활약과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혔던 알렉스 고든의 잠재력만 폭발한다면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 구성된 전력으로는 올 시즌에도 지구 최하위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캔자스시티는 대대적인 선수 물갈이 작업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자린고비’ 구단주가 지갑을 열었다는 소식만으로도 팬들에게 큰 희망을 품게 한다.
지난 1985년 팀 역사상 최고의 영웅이었던 조지 브렛을 앞세워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캔자스시티는 이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며 약체팀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로얄스 팬들의 소원은 소박하다. 지구 1위나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지난해보다 많이 이기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패배에 익숙해져 있는 그들이 점차 승리를 원하는 팀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에 메이저리그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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