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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 캐릭터 시장③] “카카오 프렌즈, 조력자에서 매출 주역으로”


입력 2021.06.21 09:19 수정 2021.06.23 15:3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맥락 없는 콘텐츠·제품 생산 경계"

"캐릭터 군 이끄는 강력한 주인공 필요한 시대"

ⓒ카카오 ⓒ카카오

무려 4700만 이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카카오톡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카카오 프렌즈’다. 초기 어피치, 콘, 무지, 튜브, 프로도, 네오, 제이지 등 7개 캐릭터로 시작해 2016년 추가된 ‘라이언’은 카카오프렌즈의 인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당시만 해도 사내에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없었던 터라 호조 작가가 캐릭터 구체화를 담당했다.


이미 웹툰 이모니콘들이 카카오톡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던 시기, 카카오 프렌즈는 일본에서 데뷔 무대를 갖고 2012년 11월이 되어서야 한국의 카카오톡 채팅창에 조용히 입성했다. 지금이야 캐릭터 산업의 국내외 성장을 이끈 대표주자로 꼽히지만, 처음부터 카카오 프렌즈가 소위 ‘대박’을 친 건 아니었다.


당시 카카오 프렌즈 제작을 리딩했던 BX팀장 조이(Zoey)는 “TV나 만화를 통해 서사와 성격을 내비친 뒤 인기를 얻는 종전의 캐릭터 비즈니스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상황이 전개됐다. 세계관이 있었지만, 그와 무관하게 이용자들 나름대로 상상해 둔 이야기들이 큰 힘을 발휘했다. 프렌즈들은 이용자들과 함께 서사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확인한 계기였다”고 회상했다.


카카오는 2013년 내부에 일러스트레이터들로 구성된 조직을 꾸려 IP 비즈니스의 확장에 본격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6년 1월에는 라이언이, 그해 말에는 리틀프렌즈가 등장하며 프렌즈 유니버스를 강화하고 있다.


조이는 “카카오톡이 좋은 커뮤니케이션 툴이라는 걸 증명하고 그걸 돕기 위해 태어났지, 다른 제약은 없었다. 이제는 누구도 캐릭터 IP 비즈니스를 왜 카카오가 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디즈니나 산리오처럼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의 인기는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다. 모바일에서 큰 반응을 일으켰던 캐릭터의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3년 4월 네 가지 봉제인형으로 선보인 캐릭터 굿즈들은 2014년 4월 신촌 팝업스토어를 필두로 현재는 국내외 30여 개의 오프라인 전용 샵을 가진 비즈니스로 확장됐다.


ⓒ카카오 ⓒ카카오

카카오 IP오리지널시리즈파트장 켈런(전 카카오 브랜드사업파트 매니저)은 “우리 중 누구도 카카오 프렌즈 때문에 고객들이 미리 와서 기다릴 거라고 상상을 못했다. 새벽 KTX를 타고 상경하신 분도 있었다. 팝업 운영 기간인 2주 동안 한 번이라도 계산대에 줄 선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게 KPI였는데, 잘못짚은 거였죠. 내부의 누구도 그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카카오 프렌즈의 성공은, 단순히 매출 상승에서뿐만 친근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심어주는 등 기업 이미지에도 크게 이바지 했다. 이젠 대한민국 어딜 가도 카카오 프렌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다. 업계에선 지속 가능한 캐릭터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랜 기간 대중의 사랑받는 카카오 프렌즈는 그들의 ‘캐릭터 마케팅’ 롤모델로 꼽힌다.


카카오 IP콘텐츠 팀장 체이스는 “단순히 많이 보인다고 소모되진 않는다고 진단한다. 이미 양적으로 터진 걸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맥락 없이 콘텐츠와 제품이 생산되는 걸 가장 경계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들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알릴 수 있도록 맥락을 만들어주고 있다. ‘라이언은 왜 갈기를 열망했을까?’와 같은 이야기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캐릭터를 보는 산업계의 시각이 확연히 달라졌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여러 기업들이 ‘간판’격으로 캐릭터를 앞세우게 된 동기가 카카오 프렌즈였음은 분명하다. 카카오 프렌즈는 카카오톡이라는 전무후무한 매체의 성장 과정에 합류했고, 경쟁자 수도 적었기에 빠르게 클 수 있었다. 이제는 캐릭터 군을 이끄는 강력한 주인공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덧붙였다.


향후 캐릭터 시장의 확장 방향성도 언급했다. 그는 “이제 10년 남짓 된 모바일 세상이지만,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이모티콘 세상도 아주 커지고 복잡해졌다”면서 “예전에 큰 성공을 거둔 방식일지라도, 지금은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캐릭터가 아닌 외부의 IP들과 협업한다던가, 우리의 내러티브를 좀 더 촘촘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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