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뭉친 별들 “노대통령 NLL발언 취소하라”

입력 2007.10.17 16:42  수정

향군·성우회 등 안보관련단체들 대국민성명 발표…“서해교전 전사자 죽음 헛되이 했다”

고 윤영하 소령 아버지, 윤두호 “우리 아들들의 죽음에 불명예를 안기지 말아달라”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과 관련, 전직 국방장관 등 예비역 장성들이 참석한 가운데 17일 오전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NLL 사수 대국민 성명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만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에 대한 보수진영의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군 원로들이 노 대통령에게 ‘NLL이 우리의 영토선임을 부정하는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 앞에 엄중히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회장 박세직, 이하 향군)17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향군회관에서 NLL 사수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영토를 포기한 것을 뜻하며 NLL을 지키려고 목숨을 바친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죽음을 헛되게 했다”고 비판했다.

향군과 성우회가 주관하고 범국민 구국협의회가 주최한 이번 성명발표에는 백선엽 예비역 대장과 이상훈, 이종구, 노재현, 김동진 등 역대 국방장관, 합참의장, 연합사 부사령관, 전직 총장, 해병대사령관 등 예비역장성,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서명운동에 참가한 222개 보수·안보단체 대표, 66개 향군 참전단체 회장단 등 700여명이 함께 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예비역 단체들이 개별 성명을 발표한 적은 있었지만 집단으로 공식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북한의 핵실험 후 성우회 등 안보관련 단체가 주관한 행사로는 최대 규모다.

이날 성명발표장에서는 군 원로들의 걱정과 우려가 읽혀졌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군을 비하해서 사기를 꺽어놓더니 이젠 영토까지 양보하자는 거냐” “무엇때문에 우리가 나라를 지켰는지 모르겠다” 등의 말이 오갔다. 대국민성명 발표 내내 군 원로들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NLL이 우리의 영토선임을 부정하는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 앞에 엄중히 사과하라’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성우회 김지욱 정책실장.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노 대통령이 지난 11일 정당대표 초청간담회에서 ‘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발언’이라고 말한 것은 국토를 보위하는 국군통수권자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영토 포기나 다름없는 발언인 동시에 NLL을 지키려고 목숨을 바친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죽음을 헛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면비판했다.

단체들은 이어 “대통령이 이재정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일부 정부당국자들의 그릇된 주장을 옹호하고 국민 여론을 오도하는 처사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면서 “NLL을 사수하지 못한다면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개 도서의 주변해역이 북한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게 분명한 바, 대통령의 국가수호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정상회담에서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합의한 것과 관련, “영토선의 개념이 사라져 북한과의 우발적인 충돌이나 의도적 도발을 막을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NLL 재설정을 전제로 한 일종의 ‘트로이 목마’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NLL 무력화 시도를 계속하는 진정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고 혹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이 문제에 대한 어떤 이면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압박했다.

또 이들은 “북한이 노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하여 전보다 더 집요하게 NLL 재설정 문제에 대한 공세를 펼칠 것이 뻔한 상황에서 2차 남북국방장관 회담은 필요 없다”면서 ▲안보에 필수적인 NLL 수역을 북한이 강점할 수도 있게 하는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계획의 즉각 취소 ▲11월의 평양 국방장관 회담 계획 취소 ▲노 대통령의 11일 발언 취소 및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NLL의 군사적 고유기능이 전면 손상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뒤 “‘자주’라는 명분으로 한미동맹의 핵심인 한미연합사를 해체한 노 정부가 이번에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서해 영토를 북한에 넘기려고 하는 것은 훗날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세직 회장은 “NLL은 꽃게나 잡는 한가한 어로한계선이나 평화, 경제적 가치 등을 전제한 협상의 대상이 아리나 주권의 상징”이라면서 “1970~80년대 중국과 구소련이 만주 우수리강의 조그마한 섬을 놓고 유혈분쟁을 벌였던 것도 섬의 경제적 가치 때문이 아니라 주권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해교전 전사자 유가족을 대표하여 노 대통령에 보내는 호소문을 낭독하는 고 윤영하 소령 부친, 윤두호씨. 윤씨는 "NLL이 영토개념이 아니라면 자기 아들이 왜 죽었는가"고 반문했다.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에는 서해교전 희생자인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씨가 참석해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낭독해 유가족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전했다.

윤씨는 그동안 추모행사 등에서도 말을 아껴왔다.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도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해왔던 편. 그러나 윤씨는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면 왜 그토록 고귀한 넋들이 치열한 교전 속에서 사라져야 했느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위대한 아들을 둔 자랑스런 아버지였음에도 그동안 침묵해야 했던 한 많은 아버지가 더 이상은 섭섭함과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말로 울분을 토했다.

윤씨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한동안 우리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너무나 황당한 발언에 커다란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어 그러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고 당시 심경을 표현했다.

윤씨는 “그렇지 않아도 서해교전과 전사자에 대한 정부의 싸늘한 홀대에 유가족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건만 위로는 못할망정 또다시 아픈 상처를 건드렸다”며 “대체 우리 아들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지키려고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야 했느냐”고 반문했다.

윤씨는 “제발 더 이상은 엄숙하고 거룩한 조국의 부름 앞에 순결한 청춘의 피를 뿌린 우리 아들들에게 불명예와 오욕을 안기지 말아 달라”면서 “유가족들의 피눈물이 아직도 마르지 않았음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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