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역대 최저시청률 경신, 양대 컨퍼런스 전력 차 두드러져
뉴욕-보스턴 명문구단들 장기 침체로 전력 불균형 심화
최근 10년간 NBA의 대표적인 화두는 ‘서고동저’ 현상이었다. 90년대에만 6차례의 우승을 차지하며 동부의 ‘마지막 왕조’로 남은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시대가 끝난 이후, NBA의 주도권은 서부 컨퍼런스가 장악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9시즌 간 우승 기록만 하더라도 서부가 7차례(샌안토니오 4회, LA 레이커스 3회)인 반면, 동부는 단 2차례(디트로이트, 마이매미 각 1회)에 지나지 않는다. 정규시즌 양대 컨퍼런스 상대 전적에서도 서부는 동부에 9년 연속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 시즌은 서고동저가 가히 절정에 달한 시즌이었다고 할만하다. 정규시즌에서 7할 대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것만 서부가 3팀(댈러스, 피닉스, 샌안토니오)이나 배출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한 반면, 동부 최고승률을 기록한 디트로이트(53승 29패)는 서부에 오면 불과 4위에 지나지 않았다. 컨퍼런스 구분 없이 플레이오프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기대할 수 있는 승률 상위 톱8 중에서 여섯 자리를 서부 팀들이 차지했다.
서고동저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됐다. 역대 파이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1992-93 시즌 시카고-피닉스 전이나, 마이클 조던의 마지막 파이널이었던 1997-98시즌 시카고-유타전 이후, 최근 9년간은 앙 대 컨퍼런스의 실질적인 전력차이로 인하여 결승전다운 무게감이 떨어지는 승부가 많았다.
올 시즌 NBA 파이널에서 동부 챔피언 클리블랜드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0-4로 무기력하게 스윕(Sweep)을 당했다. 시리즈 개막전부터 대부분의 팬들이 결과를 예측했을 정도로 기대치가 반감된 승부는 인기드라마 <소프라노스>에 밀린 평균 6.2%의 시청률로 역대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이 불과 4년 전인 2002-03시즌 6.5%(샌안토니오-뉴저지)였다고 하니 최근 NBA 인기의 하락세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부가 10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록한 샌안토니오(99, 03, 05, 07시즌)를 비롯하여 LA 레이커스(00~02, 04), 댈러스 매버릭스(06) 등 오랜 시간 꾸준한 성적을 올린 강호들이 많았던 반면, 동부는 뉴욕 닉스(99), 인디애나(00), 필라델피아(01), 뉴저지(02~03), 디트로이트(03~04), 마이애미(05), 클리블랜드(06) 등 고만고만한 팀들이 혼전 속에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현재의 판도에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부의 샌안토니오, 댈러스 등이 내년 시즌에도 최상의 전력을 유지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NBA 역대 최다우승(16회)에 빛나는 보스턴 셀틱스를 비롯하여, 뉴욕 닉스, 필라델피아, 인디애나 등 과거 동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던 명문구단들은, 2000년대 이후 나란히 리빌딩의 실패로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5년 연속 컨퍼런스 결승진출을 기록하며 최근 동부에서 가장 꾸준한 성적을 올렸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도, 벤 월러스(시카고)의 이적에 이어 올해는 포인트가드 첸시 빌럽스가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등 점차 주전들이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으며, 마이애미 히트 역시 샤킬 오닐을 비롯한 라인업의 고령화로 인하여 하향세를 겪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다음시즌 리그 판도를 뒤바꿀 대형 빅맨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렉 오든과 케빈 듀란트 등 신인 유망주들마저도 드래프트 추첨의 불운으로 인해 서부 팀으로의 입단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빅맨들이 대부분 서부에 몰린 탓에 높이싸움에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던 동부로서는 뼈아픈 결과.
갈수록 심화되는 서고동저 현상에 맞서 ‘위기의 동부’를 구원할 수 있는 대항마로 평가받는 것은 클리블랜드와 시카고 정도가 꼽힌다.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를 앞세운 클리블랜드는 파이널에서 완패하기는 했지만 창단 이후 첫 결승진출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조던 시대 이후의 암흑기를 청산한 시카고 불스 역시 매년 꾸준히 향상되는 전력을 바탕으로 동부의 강호로서 부활하고 있다.
또한 이적 시즌을 맞이하여 스타급 선수들이 대형 트레이드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데, 코비 브라이언트와 케빈 가넷 등 서부를 대표하던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동부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어 팬들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소속팀 레이커스에 불만을 품고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구했던 브라이언트는 실제로 시카고 불스로의 이적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가넷 역시 보스턴 행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고동저 현상의 장기화로 인하여 리그 인기의 하락과 ‘컨퍼런스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NBA에서, 내년 시즌 동부 팀들의 전력보강은 뜨거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비 시즌간 대형 트레이드와 신인 유망주 영입을 통해 환골탈태에 도전하는 동부 팀들의 변화 여부가 시선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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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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