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보다 효과 있는 FA로이드
김동주와 조인성, 역대 최고 페이스
프로야구 예비 FA 선수들이 폭주하고 있다.
프로선수로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일생일대의 FA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것. 어느 프로스포츠에서든 FA를 앞둔 선수들은 정신무장부터 달라진다.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무서운 집념을 보인다. 스테로이드보다 더 효과 있는 이른바 ‘FA로이드’다.
▲ 김동주, ‘FA 역대 최고액 문제없다’
두산 김동주는 부동의 국가대표 4번 타자다. 지난 1998년 데뷔한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309를 기록할 정도로 타격 기술이 좋으며 파워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타격 기술과 파워를 동시에 겸비한 현존하는 최고의 대형타자가 바로 김동주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이런저런 부상에 시달려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또한,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바람에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파워 히팅에서도 적잖은 손해를 봤다. 2003년 타격왕(0.342)·골든글러브 2회(2000·03) 수상을 빼면 개인 타이틀이나 상과도 유독 인연이 닿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김동주는 기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위압감을 지녔다. 타석에서 김동주의 스윙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4번 타자답게 어떤 공이든 거침없이 방망이를 무섭게 휘두른다. 국내에서 가장 풀스윙을 잘하는 타자라면 단연 김동주가 손꼽힐 수 있다.
높은 공, 낮은 공, 바깥쪽 공, 몸쪽 공 등 상하좌우 코스 모두 공략 가능하며 좌·우 투수도 가리지 않는다. 직구든, 변화구든 방망이에 걸리면 넘어간다. 상체의 힘이 좋고, 웬만한 여성의 허리를 능가하는 허벅지의 힘으로 하체를 고정해 어떤 공이든 언제든지 받쳐놓고 칠 수 있는 타격 기술을 가졌다. 가상의 벽을 잘 세우고 있는 것.
올 시즌 김동주는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55경기에서 타율 0.317(8위)·10홈런(공동6위)·36타점(공동6위)·34득점(공동5위)·장타율 0.533(5위)·출루율 0.451(3위)·OPS 0.984(5위)를 마크하고 있다.
객관적인 기록 지표는 제이콥 크루즈·김태균(이상 한화)·이대호(롯데)·양준혁(삼성) 등에 뒤질지 모르나 수치화할 수 없는 존재감에서는 최고라 할만하다. 김동주를 앞뒤에서 둘러싸고 있는 안경현과 최준석이 ‘김동주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더욱이 김동주는 3루 수비에 있도 훌륭하다. 그동안 김동주는 가공할만한 타격 때문에 수비 실력이 과소평가 받은 감이 없지 않다. 비록 왼쪽 무릎 통증으로 전경기 출장이 무산됐지만, 최근 몇 년간 부진 아닌 부진을 씻고 있는 김동주의 가치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 조인성, 역대 포수 최고몸값 향해
LG 조인성의 기세도 놀랍다. 김동주의 폭주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면, 조인성은 다소 의외라 할만하다. 물론 조인성도 FA를 앞두고 겨우내 10kg을 감량하며 투지를 불살랐지만, 이 정도로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올 시즌 52경기에 출장한 조인성은 타율 0.316(9위)·6홈런·31타점·장타율 0.513(5위)·OPS 0.882(8위)를 기록하고 있다. 팀내에서는 수위타자이자 홈런 2위이며 타점도 가장 많다. 올 시즌 LG 타선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는 박용택도, 페드로 발데스도 아닌 바로 조인성이다.
조인성은 타격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지난 9년간 통산 타율이 0.251밖에 되지 않는다. 데뷔 첫 해였던 1998시즌에 기록한 타율 0.269가 커리어-하이였으며 2003시즌 기록한 19홈런만이 두드러졌을 뿐이었다. 물론 포수로서 한 방 능력이 탁월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조인성은 공격형 포수보다는 수비형 포수에 가까운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리그에서도 알아주는 특급타자로 발돋움했다. 특히 장타력은 8개 구단 포수 중 가장 좋다.
하지만 조인성의 성패는 포수 본연의 역할에 달려있다. ‘앉아 쏴’라는 별명처럼 타고난 강견인 조인성은 미트질이나 블로킹 같은 포수 수비만큼은 완벽에 가깝다. 특히 도루 저지에 있어서는 역대 최고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조인성은 총 4시즌이나 5할 이상의 도루 저지율을 기록한 역대 프로야구 유일의 포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도루 저지율(0.364)이 다소 하락했고, LG의 팀 방어율은 리그 최하위(4.64)를 마크하고 있다. 투수리드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셈.
하지만 조인성이 포수로서 지닌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가뜩이나 포수 자원이 부족한 리그 상황을 고려할 때 FA 대박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과연 지난해 진갑용(삼성)이 기록한 3년간 최대 26억원의 포수 역대 최고몸값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예비 FA들의 예비 희비쌍곡선
LG 최원호는 가장 대표적인 ‘저평가 우량주’ 예비 FA다. 올 시즌 12경기에서 4승4패 방어율 3.78을 기록하고 있다. 11경기 선발 등판에서 6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해냈다. LG에서는 ‘에이스’ 박명환 다음으로 가장 효율적인 피칭을 하고 있는 투수가 바로 최원호다.
지난 2005년 개인 최다승(13승)을 올렸으나 지난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최원호는 올해 데뷔 후 가장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투구의 완급조절에 눈을 떴다는 평.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솔리드 한 4~5선발을 원하는 구단들에게 구애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 이재주(KIA)·이호준·조웅천(이상 SK) 등도 올 시즌 후 재평가가 기대되는 FA들이다. 만년 대타 생활을 청산한 이재주는 올 시즌 비교적 롤러코스터가 잦은 편이지만, 여전히 한 방 능력을 갖춘 오른손 거포로 평가된다. 1년간의 공백기가 있었으나 최근 들어 서서히 타격 감각을 회복하고 있는 이호준도 리그에 몇 안 되는 오른손 거포로서 희소가치가 충분하다. FA 자격을 재취득하는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 조웅천은 올 시즌 SK의 허리진의 중심 역할을 맡을 정도로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어 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
그러나 벌써부터 좌절하고 있는 예비 FA들도 있다. 2003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에서 주가를 높였던 박종호(삼성)·이상목(롯데)·마해영·진필중(이상 LG)은 나란히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재취득한다.
그러나 4명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박종호는 오른쪽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고, 이상목도 페이스를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진필중과 마해영은 FA 먹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외 장원진(두산)·백재호·이도형(이상 한화) 등도 전망이 밝지 않다. 올 시즌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이영우(한화) 역시 FA를 앞두고 있지만, 입대 전 타격 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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