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병동에 훈련 부족, 부실한 외곽 라인 등 악재 잇달아
베이징티켓 걸린 7월 아시아선수권 앞두고 전전긍긍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감독 최부영) 엔트리가 지난 12일 확정됐다. 대표팀은 오는 7월 28일에서 8월 5일까지 일본 도쿠시마에서 개최되는 ‘제24회 FIBA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있는 이번 대회는 한국 남자농구에 있어서 중요한 대회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국제대회에서 극심한 부진을 거듭해왔다.
2005년 아시아선수권 4위, 2006 도하 AG 5위로 나란히 역대 최악의 성적, 올림픽은 96년 애틀란타대회(7전 전패, 본선 최하위)를 끝으로 인연이 끊겼다.
작년 도하 AG에서 남자팀과 동반 노메달의 수모를 겪으며 주춤했던 한국 여자농구는 지난 10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서 막을 내린 ‘제22회 FIBA 아시아 여자선수권’에서 전승 우승을 달성하며 추락한 명예를 회복했다. 단 1장이 걸려있던 베이징올림픽 본선티켓도 당당히 자력으로 거머쥐었다.
남자농구로서는 부러움과 함께 상대적으로 부담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이은 부상병동, ‘네 탓이오’ 떠넘기는 농구협회-KBL
그러나 정작 남자대표팀의 최근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대한농구협회는 이미 3개월 전에 상비군 엔트리(23인)를 발표하며 준비 체제에 돌입했지만, 부상 선수 속출로 아직까지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지난해 세대교체의 실패를 거울삼아 남자대표팀은 이번에는 베테랑 선수들을 일부 보강하며 경험과 패기의 조화를 시도했으나, 정작 현주엽, 조우현, 방성윤 등 기대를 모았던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 시작도 하기 전에 치명타를 맞았다.
대표팀은 이번에도 선수선발에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포워드진의 붕괴가 심각하다. 작년 도하 대회에서도 확실한 점프슈터의 부재로 애를 먹었던 대표팀이지만, 이번에도 확실한 ‘슛쟁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대표팀 주포로 활약했던 방성윤, 송영진, 김성철을 비롯해 새롭게 보강된 추승균, 조상현 마저도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당초 예비명단에도 이름이 없었던 김동우와 차재영이 결국 추가 발탁되는 촌극을 빚었다.
현 대표팀의 대부분은 프로선수들이다. 겨울시즌 장기레이스를 소화하고 휴식을 취해야할 비시즌에 다시 대표팀 차출을 감수해야하는 프로선수들이 부상병동과 체력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책임을 지고 있는 KBL은 대책마련을 외면한 채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협회 역시 무능하기는 용호상박이다. 일찌감치 예비명단을 발표한 이상, 부상자의 속출은 그동안의 경험상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시바삐 대체선수를 선발하고 대안을 마련해야했건만 경험 많은 프로 선수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다가 결국 두 달 남짓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상비군 제도의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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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프로 스타들에 대한 대표팀 의존도 역시 고민해야할 문제다. 사실상 부상치료와 재활을 병행해야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프로선수들은 예전처럼 태극마크에 대한 긍지나 동기부여를 쉽게 찾을 수 없다. 일부 프로선수들이 최근에는 태극마크를 기피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네임밸류가 아무리 높더라도, 지치고 의욕 없는 프로선수들은 대표팀에서 아무 소용없다는 것은 지난 도하 대회를 통해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차라리 네임밸류는 좀 떨어져도 태극마크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한 선수들, 혹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충분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여자대표팀의 아시아대회 우승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여자대표팀은 지난해의 부진 이후 위기의식을 느낀 끝에 베테랑 선수들을 다시 불러들여 홈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박정은과 정선민같은 노장들은 겨울리그를 끝내자마자 지친 상황에서도 대표팀 ‘백의종군’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고,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여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노장들은 소속팀과 다른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것을 감수하고, 젊은 선수들을 대신하여 골밑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펼치는 등 자신이 아니라 ‘팀이 원하는’ 역할을 기꺼이 감수했다. 나이 핑계, 부상핑계로 대표팀을 기피하는 남자 프로농구 스타들, 설사 대표팀에 와서도 외국인 선수들에 의존하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그저 몸만 사리거나, 팀 성적이야 어찌됐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있던 ‘무늬만 고참’들이 반성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만의 잘못이기에 앞서, 농구계 자체에 있다. 무엇보다 한국 농구는 이제 앞으로의 비전을 명백히 제시해야한다. 장기적인 목표와 투자는 외면한 채, 단기간의 성적에만 치중해 국제대회가 임박할 때마다 부랴부랴 이름값 있는 프로 선수들에만 의존하다가 망신을 당하는 악순환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결국 비난은 모두 선수와 감독만이 뒤집어쓰기 일쑤다. 대표팀 최부영 감독은 지난 도하 대회 이후 ‘한국 농구의 위기 타개를 위하여 농구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대토론회’를 제안했지만, 정작 주변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남자대표팀에는 여자농구같은 홈 어드밴티지도,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을 이끌어줄만한 박정은-정선민같은 노련한 베테랑도 없다.
한국농구가 침체기를 거치는 동안, 중국과 중동세의 성장으로 아시아농구의 상향평준화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만약 한국 남자농구가 이번 대회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경우, 그때는 또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며 집안싸움을 펼칠 것인지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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