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없는´ 몰래카메라의 현 주소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4.23 18:18  수정

선정성과 매너리즘 수렁에 빠진 ´몰카´

´몰래카메라´의 저속함과 난잡함을 과연 어디까지 인내하고 지켜봐야만 할까?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간판코너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노골적인 특정 영화홍보로 인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사과방송´ 징계를 받기도 하고, 여러 차례 무리한 설정으로 ´유감방송´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몇 차례 혹평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몰래카메라 제작진이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나 변화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고급술집의 룸에서 연예인들이 여성 후배들을 옆에 둔 채 술판을 벌이고 종업원에게 함부로 반말을 내뱉는 장면이 여과 없이 방영된다(이루 편). 외국어를 못하는 배우를 해외 방송에 데려다놓고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말로 조롱을 하거나(원기준 편), 출연자에게 물을 끼얹고 수건을 던지며 몸싸움을 펼치기도 한다(김진표 편). 심지어는 공권력(경찰)을 사칭해 저항하지 못하는 연예인을 강압적으로 취조, 죄를 뒤집어씌우거나 유치장에 가두는 설정까지 등장한다(아이비 편).

이 방영분들은 모두 최근 3개월간 ´몰래카메라´를 통해 전파를 탄 에피소드들이다. 몰래카메라의 선정성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제작진이 시정노력보다는 문제를 방치하거나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작성 여부, 선정적 편집 도마에 올라

또한 지난 22일 방영된 ´유세윤´ 편에서는 또다시 ´조작성 여부´와 ´공권력 사칭´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방영분은 평소 보양식을 좋아하는 유세윤이 동료 개그맨들과 찾은 식당에서 미처 모르고 먹었던 음식이 야생동물을 불법 포획한 청둥오리로 밝혀지면서 조사를 받는다는 설정이었다.

방영 직후 시청자들은 몰래카메라의 조작성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형사들의 취조를 받고 진술서를 쓰는 유세윤의 모습이 실제 속는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장난스러웠던 것.

유세윤은 자신의 이름을 묻는 형사들의 질문에 "문세윤"이라 대답하고, 사건 정황을 설명하는 진술서에는 동료개그맨인 장동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내용을 적어내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곤경에 처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느긋했던 유세윤이 혹시 몰래카메라인 것을 눈치 채고 일부러 속아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유세윤의 태도나 몰카의 조작성 여부도 논란이 되는 사안이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무리한 설정을 여과 없이 내보낸 제작진의 사고방식에 있다. 만약 유세윤이 정말 이날 몰래카메라를 모르고 속았던 것이라면 제작진은 더더욱 편집과 방송 여부에 신중해야만했다.

유세윤이 이날 형사들의 취조에도 평소의 개그컨셉처럼, 무성의하고 건방진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나 동료들에게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모습들은 만약 설정이 아니라면 그대로 한 연예인 이미지에 치명타를 안길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었다. 그러나 몰래카메라 제작진은 그저 연예인이 곤경에 처한 모습을 ´리얼리티 쇼´처럼 소비할 뿐, 속임수라는 것을 밝힌 다음에는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불쾌한 속임수에 저항하지 못하는 연예인들

공공연하게 공권력을 사칭하거나, 연예인간의 서열주의를 악용하는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과 법제도, 혹은 위계질서를 내세울 때 이미지에 민감한 연예인들은 곤란한 상황에서도 정작 저항하기가 쉽지 않다. 해당 연예인의 입장에서 진실이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불쾌하고 억울한 상황 속에서도, 일단 몰래카메라와 방송이라는 권력 앞에서는 그냥 허탈하게 웃어줘야 한다.

물세례를 뒤집어쓰고, 경찰서에서 강압적인 취조와 인격모독에 가까운 폭언을 당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말로 조롱을 당해도 ´이건 그냥 몰래카메라였어´라며 가벼운 장난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런 방송의 힘 앞에서 연예인들은 자의와 상관없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진행자 이경규는 과거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몰래카메라에 관한 질문에서 "오락프로는 오락프로일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오락프로에서 거창한 의미를 붙이거나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능오락프로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한 설정이나 무성의한 태도까지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예능오락프로는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몰래카메라에는 악의적인 장난과 억지설정으로 도배가 된 ´불쾌하고 허탈한 웃음´만이 있을 뿐이다. 기존의 문제점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더 이상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다면 구차하게 연명하려들지 말고 프로그램의 간판을 내리는 게 옳다.


☞예능 프로그램,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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