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중 민주당 추천 최길수 지명
감찰 대상이 감시자 뽑는 구도, 독립성 의문
반부패협의회 가동 사흘 만에 나온 선택
"실제 활동이 제도 평가 가를 것"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제1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0년 만에 부활하는 특별감찰관 후보로 최길수 변호사를 택했다. 국회가 추천한 최길수(민주당)·강지식(국민의힘)·최용훈(대한변호사협회) 3인 가운데 여당 몫으로 올라온 인사다. 야당이나 변협 추천 인사가 아닌 여당 추천 인사를 택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선택 자체가 권력 감시에 대한 태도를 가늠하는 첫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하는 자리다. 대통령 소속이지만 직무상 독립된 지위를 가지며, 인사 청탁이나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등을 감찰해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2016년 이석수 초대 감찰관이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감찰 결과 유출 논란으로 물러난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10년 가까이 공석이었다. 이 대통령이 지명한 만큼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임명이 완료된다.
경기 파주 출신인 최 후보자는 명지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 33회(사법연수원 23기)로 법조계에 들어섰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장검사, 서울고검 감찰부 검사 등을 거치며 20여년간 검사로 재직했고, 2017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여당 추천 인사를 택했다는 사실은 논쟁적이다. 여권 추천 인사가 대통령 측근을 감찰하는 자리에 오르면 독립성이 온전히 담보되겠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최 후보자가 민주당 추천 인사로 거론될 당시부터 법조계에서는 "뚜렷한 정치색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는 점에서, 실제 감찰 활동을 지켜본 뒤에야 우려가 현실화될지 판단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강지식·최용훈 두 후보 역시 각각 검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이번 인선이 특정 이력보다 소속 추천 주체에 방점이 찍혔다는 해석도 나온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특정 정당이나 진영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 인사라는 청와대의 설명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며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여 사전 협의와 대면보고 끝에 최길수 후보자를 추천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과 사전 협의하지 않았던 국민의힘 추천 인사를 지명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어쨌든 447일 만에 특별감찰관 후보자가 지명됐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최길수 후보자가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참모진의 비위를 철저히 감시할 자격이 있는지 최선을 다해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시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지명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반부패정책협의회 사흘 만에 나왔다.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앞세운 반부패 드라이브의 연장선에서, 권력 핵심부에 대한 감시 의지를 재확인하려는 행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번 지명이 반부패 드라이브의 실질적 연장인지, 오랫동안 미뤄온 절차를 뒤늦게 마무리한 것에 가까운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별감찰관 제도 자체의 한계도 뚜렷하다. 감찰 대상이 대통령 친인척과 비서실 수석급 이상으로 좁혀져 있어 국무총리나 장관은 대상에서 빠진다. 수사·기소권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감찰로 비위가 드러나도 처벌로 이어지려면 결국 수사기관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민정수석실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기존 권력 감시기구와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도 과제로 남는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특별감찰관 임명을 공약했고 취임 직후에도 국회에 후보 추천을 거듭 요청해왔다. 그러나 국회의 후보 추천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가 지난 4월 국회에 재차 추천을 요청하고 나서야 절차가 본격화됐고, 국민의힘은 강지식 변호사를, 대한변협은 최용훈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것 자체보다, 실제로 대통령실과 권력 핵심부를 얼마나 독립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민정수석실이나 공수처 같은 기존 감시·수사기구와 역할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이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선 자체보다 향후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여당 추천이든 야당 추천이든, 결국 대통령실이 불편한 감찰까지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제도 부활의 의미가 산다"며 "임명 초기에 감찰관이 실제로 손대는 사안이 뭔지가 앞으로 이 제도에 대한 평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별감찰관법상 조사권만으로도 상당한 압박 효과가 있다"며 "과거 이석수 감찰관 사례처럼 청와대 핵심 인사를 정면으로 겨눈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실제 활동 범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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