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가계빚’ 한은 금리 인상 명분 강화…서민 대출 ‘한파’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8.24 07:08  수정 2026.08.24 07:08

가계신용 잔액 첫 2000조 돌파

총량 관리 속 한은 통화정책 방향 변수

높은 대출 문턱, 생계형 급전수요 여전

중·저신용자 자금줄 막혀, 연체 리스크 키울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치를 기존 1.5% 수준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했다.ⓒ연합뉴스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돌파하며 거시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치솟는 가계 빚과 총량 목표치 재설정에 따른 시중 유동성 확대 우려가 맞물리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명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서민, 취약차주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점점 더 악화할 우려가 커졌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했다. 가계 빚이 2000조원을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같은 기준 주택관련대출은 12조2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12조8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대출이 주택관련대출 증가액을 앞지른 건 2021년 2분기 이후 약 5년 만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와 꺾이지 않는 주택 매수세,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서다.


높아진 대출 문턱으로 한도가 막힌 차주들이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등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기에 가계부채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연속 인상 명분도 다시 커진 모습이다.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한은의 금리 결정에 대한 부담은 일부 완화된 상태다.


하지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진 가운데 가계부채와 시중 유동성 확대가 발목을 잡으면서 금융권 안팎으로는 ‘매파적 동결’을 넘어 ‘백투백(back to back) 인상’ 가능성까지 다시 거론된다.


최근 발표된 8·13대책으로 총량 관리 목표가 완화되면서 하반기 시중에 풀릴 유동성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상승 압력도 거세질 수 있단 관측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로 향후 시중 유동성이 많이 풀릴 수 있단 점은 한은이 주시할 부분”이라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8월 인상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물 경제 여건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여 추가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며 “8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올 4분기,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한은의 통화정책 판단에 변수가 생김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 취약차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의 채권금리 상승 등으로 대출 금리가 상당 수준 오른 상황에서 추가 인상까지 단행되면 중·저신용 차주들의 연체 리스크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총량 관리 기조가 유지되는 만큼 은행들이 알아서 금리를 낮출 유인도 부족하다.


현재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리스크가 높은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생계형 급전 수요는 여전한데 대출 공급이 급격하게 줄면서 이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는 실정이다. 금리가 높다고 해서 당장 생계 자금 수요를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단기·초고금리 상품으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효과도 뚜렷해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7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 잔액은 한 달 전보다 2409억원 늘어난 7조251억원으로 집계됐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같은 기준 438억원 증가한 6조8759억원 수준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량 기반의 획일적 규제는 취약차주가 혜택을 보기보다 기존 우량차주 위주로 공급량이 늘어 대출 편중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이) 취약차주를 보호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총량이 늘어나면서 유동성이 확대되면 인플레가 좀 더 심화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취약차주들이 대출받았던 변동금리 대출 상품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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