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파-쇄신파' 노선 투쟁 예고…'장동혁 사퇴론' 2차전 전운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08.09 08:00  수정 2026.08.09 08:02

"당원 중심 정당" vs "국민 중심 정당"

당권파-쇄신파, 주도권 경쟁 돌입

전당대회·공천 룰 대비 포석 관측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동산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당내 힘겨루기가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다만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해 각 세력이 자체 개혁안 마련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노선 투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특히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주도권 싸움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권파와 비당권파 측에선 개혁 어젠다 설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론 장 대표의 '당원 중심 정당'의 가치를 내세운 당 개혁안이다. 반대로 당내 개혁파인 '대안과미래'에선 '국민 중심 정당' 아젠다를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원과 국민이라는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당내에선 앞으로 있을 여러 선거를 염두에 둔 주도권 경쟁으로 보는 분위기다.


우선 장 대표의 당 개혁안은 현재로선 베일에 싸여 있지만, 담길 내용에 대해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사무처와 전략 부서, 비서실 등 실무진이 장 대표의 구상을 정리해 보고했고, 이후 개혁안 구체화와 이행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발표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장 대표 측 입장이다.


다만 큰 틀에선 '당원 중심 정당' 아젠다를 중심에 둘 전망이지만, 세부적으론 당권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대표 선출의 경우 당원투표 80%, 일반 여론조사 20%,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은 당원투표와 일반 여론조사 각각 50%가 현행 당헌·당규에 규정된 룰이다.


그동안 장 대표는 당헌·당규에 규정된 선거 룰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정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당원 참여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지난달 28일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당대표를 없애고 원내 중심 정당으로 가겠다면, 원내대표 선거에 당원 의사가 50% 이상 반영돼야 한다" "공천에 관해서 100% 국민 경선으로 하는 것에 대해 일견 드는 한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등 일반 여론조사 확대에 대해 사실상 경계했다.


장 대표 입장에선 '당심'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향후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 일부에선 장 대표가 '올공(올림픽공원) 집회'를 고리로 20·30 청년뿐 아니라, 당심의 지지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거취 압박이 약화된 이유도 당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만큼, '당권 강화'는 당대표 연임을 노릴 것으로 점쳐지는 장 대표가 사수해야 하는 어젠다로 평가된다.


한 당권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가 내려오려면 선거 대패나 도덕적 하자 발생, 건강상 직무 수행 불가 등 사안"이라면서 "장 대표가 해당 사항이 없으니 (사퇴 요구가) 가라앉고 있는 것이고, 당원의 확실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다. (개혁안을) 잘 준비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권 강화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6·3 지방선거 전 중단된 정강·정책과 당명 변경이다. 장 대표 측은 중단된 프로젝트를 재추진하는 것이 큰 틀의 개혁안 안에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당시 정강·정책 1조 1항에 '기본 소득'을 삭제하고 '건국·반공·산업화' 등 문구를 삽입해 보수 정체성을 강화하려고 했다. 당명 변경의 경우 '미래연대' '미래를 여는 공화당'으로 압축됐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등 이유로 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에 정강·정책 개정도 동력을 잃었다. 다만 당명 변경은 당시에도 당내 일부 저항이 만만치 않았던 탓에 재추진이 이뤄져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개혁성향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이성권 의원과 의원들이 6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지 부족 사태 관련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당내 개혁파인 '대안과미래'도 개혁 어젠다 설정을 준비하고 있다. 장 대표의 당원 중심 정당과 대비되는 '국민 중심 정당'이다.


해당 어젠다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문제 인식의 출발점은 낮은 당 지지율이라고 알려졌다.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높은 상황에서 당 지지율이 낮은 것은 대다수 민심이 현재 국민의힘의 모습을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안과미래는 그동안 당대표 거취 문제를 압박해 왔지만, 장 대표가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전략을 변경한 모양새다. 사퇴론을 부각하기보단 23대 총선 승리를 위한 '전국 정당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임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지난달 22일 조찬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영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 정당에 한정되지 않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으로의 외연 확장을 통한 전국 정당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대표 사퇴론이 당내 지지를 크게 얻지 못하자, 개혁안으로 당내 여론을 주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 대표의 지지 기반이 강성 지지층인 만큼, 외연 확장을 통한 신규 지지층 유입을 고리로 이른바 '짠물 당원'(강성 당원)의 농도를 낮춰 당권파의 입지를 축소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비당권파 의원은 "당의 지지율이 높다면 당심 비율이 높아도 상관없지만, 지지율이 낮으니 당심과 민심 간 차이가 크다고 보는 것 아닌가"라면서 "현재 당이 처한 상황을 보면 민심을 더욱 수용해야 하며, 당심 비율을 높이려는 것은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대안과미래는 모임 소속 인사들의 논란에 당분간 자세를 낮추는 '로우키'(Low-key)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탓에 '국민 중심 정당' 아젠다가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당초 지난달 '국민 중심 정당' 관련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권영진 의원의 '원내대표 멱살잡이' 사태로 순연됐다가 이어서 서범수·진종오 의원의 '돌려차기 실언' 논란 영향에 잠정 중단됐다.


정치권에선 최근 국민의힘 쇄신파 인사들의 잇따른 논란에 당권파의 입지가 견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당대표 사퇴론이 확산되지 못하고 동력이 약화된 상태인 만큼, 노선 투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서 중도·보수 성향의 김민석 당대표 후보가 선출될 경우, 국민의힘 내에서도 개혁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김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국민의힘 내에서도 개혁 필요성이나 당대표 교체 얘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김 후보가 이재명 정부와 함께 가겠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중도 확장성에 기반하겠다는 의미다. 정책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진영 논리에 기반을 두려고 하는 장 대표가 여러모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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