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부수면 이란은 복구…트럼프 오판이 만든 ‘무한전쟁’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6.07.25 07:00  수정 2026.07.25 07:00

끝낼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트럼프의 딜레마

베네수엘라 공식 믿었지만 이란은 달랐다…전략 사실상 실패

"이란, 군사 장비 파괴돼도 10일 만에 복구…악순환 계속"

지상군은 감당 못 하고 핵은 쓸 수 없어…미국의 선택지 사실상 고갈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끝난 듯 보일 때마다 되살아났다. 포성이 멎으면 협상이 시작됐고, 합의가 손에 잡히는 순간 다시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들었다. 전면전과 휴전, 외교와 공습이 교차하면서 중동은 수개월째 전쟁과 평화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다.


전쟁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미사일 시설과 지도부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에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이란이 즉각 보복하면서 충돌은 걸프 지역과 호르무즈 해협으로 번졌다.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해협의 선박 운항도 사실상 마비됐다.


첫 번째 반전은 4월 7일 찾아왔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2주간 교전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로 했다. 전쟁 발발 한 달여 만에 나온 휴전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종전협정이 아니라 협상을 위한 임시 정지에 가까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하순 휴전 연장을 발표했지만 이란의 동의 여부와 합의의 법적 지위는 명확하지 않았다.


불안한 휴전은 6월 17일 다시 한 번 극적인 합의로 이어졌다.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정상화를 우선 추진하고 핵 문제와 대이란 제재 등을 60일 동안 협상하는 양해각서(MOU)를 발표했다.


그러나 평화는 한 달도 버티지 못했다. 7월 초 이란의 선박 공격과 미국의 대응이 이어지면서 MOU는 급속히 흔들렸다. 미국은 7월 13일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재개를 공식화했다. 이후 협상을 위한 물밑 접촉과 공습이 동시에 진행되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졌다.


ⓒ 자료 = 외신 종합.

공습의 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23일 밤까지 이란에 대한 13일 연속 공습을 마쳤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의 드론 시설과 지휘·통신 거점, 해상 전력을 공격했고, 이란은 걸프 지역의 미군기지와 선박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날렸다.


외교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파키스탄과 중국, 이라크 등이 협상 재개를 중재하고 있으나 미국은 걸프 국가와 선박에 대한 공격 중단을 요구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미국의 공습 중단을 협상의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애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이처럼 길어질 것으로 보지 않았다. 미 매체 복스는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을 4∼5주 안에 끝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쟁이 다섯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중동의 수렁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 뒤에 베네수엘라 작전의 성공 경험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 1월 특수부대를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하고, 기존 권력 내부에서 미국에 협조적인 정부를 세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단순했다. 압도적인 공습으로 핵·미사일 시설과 지도부를 무너뜨리면 충격을 견디지 못한 테헤란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초기 전황은 예상과 맞아 떨어졌다. 이란의 방공망과 해군, 미사일 발사시설이 파괴됐고 발사 빈도도 급격히 줄었다. 미국은 제공권을 장악하고 수많은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그러나 이란 지도부는 최고지도자와 고위 지휘부가 제거될 경우에 대비해 승계 절차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혁명수비대와 보안기관도 지도자 개인이 아니라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구축된 국가 체제를 지키는 조직으로 움직였다.


영국의 정치·외교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베네수엘라 권력층이 혁명 이념보다 각자의 경제적 이익과 권력 유지에 더 민감한 반면, 이란의 체제는 규율이 강하며 혁명 이념에 충실한 국가 중심적 체제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란에서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과 같은 협력자를 찾기 어려웠던 이유다.


ⓒ 자료 = 외신 종합.

앞으로의 전쟁은 어느 한쪽의 승리보다 ‘끝나지 않는 휴전’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공습을 확대하면 이란은 공격 수위를 낮추고 협상장으로 돌아오지만, 전력을 회복한 뒤 다시 선박과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위성사진은 이 같은 악순환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수개월간 공습에도 산악지대의 미사일기지와 항만, 교량, 생산시설을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하고 있다. 파괴된 도로를 다시 연결하고 무너진 터널 입구에서 잔해를 치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미국이 부수면 이란이 다시 짓고, 보복 공격을 가하면 미국이 또 폭격하는 구조다. 이 경우 전쟁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목표물을 파괴했느냐가 아니라 미국의 폭탄과 방공미사일, 이란의 미사일과 복구 능력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고갈되느냐에 달리게 된다.


이란 서부 케르만샤주 지하 미사일기지의 공습 직후와 복구 과정. ⓒ월스트리트저널(WSJ)

이란 체제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더 폭력적인 형태로 굳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림 사드자푸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외부의 공격이 정권을 제거하기보다 혁명수비대와 보안기관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격만으로 체제를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미국의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진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란의 정권교체를 군사적으로 완수하려면 공습을 넘어 상당한 규모의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라크보다 훨씬 넓고 산악지형이 많으며, 혁명수비대와 민병대 조직도 전국에 퍼져 있어 위험 부담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핵무기 사용도 거론하지만 중국·러시아와의 충돌 가능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은 이란 정권의 완전한 제거가 아니라 전쟁 목표를 낮추는 것이다. 채텀하우스는 "미국이 군사적 압박만으로 이란 정권이 붕괴하거나 항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진단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미국의 전쟁 목표는 정권교체에서 호르무즈 해협 항행 유지와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 억제로 이동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