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작 뮤지컬 매출 2297억 원 기록, 라이선스 시장 사상 첫 추월
유료 관객 중심의 체질 개선·운영 다변화로 성장 견인
국내 창작 뮤지컬 시장이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창작 뮤지컬 총매출액은 2297억원을 기록하며,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매출(2221억 원)을 사상 최초로 앞질렀다. 대작 라이선스 중심이던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국산 콘텐츠의 경쟁력이 강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뮤지컬 '팬레터' 10주년 공연 ⓒ라이브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무대 위에서 10년간 생명력을 유지해 온 중소극장 레퍼토리 작품들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팬레터’ ‘어쩌면 해피엔딩’ ‘전설의 리틀농구단’ ‘은밀하게 위대하게’ ‘앤(ANNE)’ 등은 과도한 할인이나 초대권 관행을 줄이고 탄탄한 관객층을 구축하며 장기 흥행의 기틀을 마련했다.
과거 중소극장 창작 뮤지컬은 초연이나 재연 단계에서 객석을 채우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무료 초대권을 과도하게 배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작품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주요 작품들의 무료 티켓 비율은 극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과거 특정 시즌에 전체 판매량의 31%에 달했던 무료 티켓 비율은 작품이 안정기에 접어든 최근 시즌에 이르러 0~2%대까지 축소됐다.
홍보용 초대권 배포 없이 유료 관객 중심으로 객석이 채워지는 구조는, 작품 고유의 매력에 반응하는 재관람(회전문) 마니아 팬덤이 견고하게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 이들이 형성한 시장이 일시적인 거품을 걷어내고 유료 관객 중심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반이 됐다.
작품의 질적 성장은 관객이 실제로 지불하는 비용인 ‘평균 티켓 판매액(객단가)’의 변화로도 확인된다. 흥행력을 검증받은 주요 300석대 소극장 뮤지컬의 평균 티켓 판매액은 2022년 3만 7600원에서 지난해 5만 2500원으로 39.6% 상승했다. 이는 동기간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인 13.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러한 객단가 상승은 티켓 가격 인상의 영향도 있지만, 초기 관객 유치를 위해 남발하던 프리뷰 할인이나 프로모션 덤핑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가에 준하는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공연을 관람하겠다는 충성도 높은 관객층이 안정화되면서 기획사의 재정 안정성도 함께 개선된 것이다. 즉, 할인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작품 고유의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 ⓒNHN링크
10년차 궤도에 안착한 작품들이 시장 변화에 대응해 온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뮤지컬 ‘앤’과 ‘전설의 리틀농구단’의 경우, 작품의 밀도와 본질적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극장 규모는 소극장으로 고수하되, 공연 회차를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또 다른 경우는 소극장에서 시작해 중극장, 대극장(1000석대)으로 단계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형태다. 규모 확장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관객 수가 정체되거나 무료 티켓 비율이 반등하는 과도기를 겪기도 하지만, 연출 보완과 대중성 확보를 통해 관객층을 넓히는 경로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출발해 중대극장 및 글로벌 무대로 외연을 넓힌 ‘어쩌면 해피엔딩’ ‘은밀하게 위대하게’ ‘팬레터’ 등이 이러한 성장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작품 특성에 맞춘 유연한 변화는 개별 작품의 흥행을 넘어 창작 뮤지컬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됐다. 단발성 소비에 그치던 국내 창작 뮤지컬이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안정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록한 창작 뮤지컬의 매출 역전은 국내 창작진과 기획사, 그리고 관객이 긴 시간 동안 무대를 함께 지켜온 결과물”이라며 “유료 관객 중심의 객석 구성과 할인 의존도 축소, 작품 성향에 맞춘 정교한 극장 운영 등 10년 차 작품들이 남긴 지표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신생 창작 뮤지컬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검토해야 할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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