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기강 확립해야…방치할 수 없어"
윤리위 재가동?…당권파 "원론적 발언"
비당권파 "張 측근부터 경질해야" 격앙
친한계 징계 여부…내홍 분수령 될 듯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태 당대표비서실장, 장 대표, 김민수 최고위원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비당권파의 사퇴 요구에 "당 기강 확립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가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한 '징계 카드'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대표 복귀와 동시에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민의힘은 또다시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전망이다.
장 대표는 25일 퇴원 이후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노동조합이 선관위 개혁안을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에 자체 제도 개선 방안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언급했다. 선관위 노조가 부정선거 의혹 등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틀간 이뤄지는 사전투표 제도를 없애고 본투표를 이틀로 확대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장 대표는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사전투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커질 것이고, 사전투표를 폐지하자는 국민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며 "민주당이 사전투표 폐지를 반대한다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가 되도록 사전투표 폐지와 본선거 확대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재원 최고위원은 "선관위 노조에서 주장한 것이 사전투표를 이틀로 존치하고 본투표만 이틀 하자는 것 아니냐"며 "한 번만 더 확인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장 대표는 "언론 보도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사전투표'에 대해 "논란이 많았었고 관리 부실 등 의구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점차 사전투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조금 달라지고 있어서 참가 자체가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사전투표 폐지 담론은 부정선거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김 최고위원은 장 대표가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주장하는지 우려해 발언을 제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비당권파 측에선 장 대표가 복귀 이후 내놓은 메시지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내에서 반대하는 '전국 재선거' 기조를 유지한 채,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미 의원총회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 투표용지 부족, 명부 누락 등의 문제가 제기된 7곳에 대해서만 선거소청을 제기하기로 총의를 모았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재선거'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중진 의원은 재선거가 다수 의원 의견과 배치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을 정도다.
장 대표는 '재선거' 문제에 대해 당내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귀 첫 메시지로 내놓았다. 당장 당내 개혁파 모임 '대안과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복귀 일성으로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재선거를 주장했다"며 "지난 의원총회에서 모아진 총의를 당대표 스스로 거부하는 '해당 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당권파인 조광한 최고위원은 맞불 기자회견을 통해 "당대표를 흔들기 위해 재선거 문제까지 왜곡하고 있는데, 재선거는 의원 총의에 반하는 주장이 아니다"라면서 "선관위의 중대한 귀책과 국민 참정권 침해 의혹이 있다면 진상 규명하고 필요한 경우 재선거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개혁성향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이성권 의원과 의원들이 6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지 부족 사태 관련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장 대표의 복귀 기자회견 후폭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거취 문제에 대해 "당원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당대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몇몇 의원이 결정할 문제는 더욱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분출된 당내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인데, 문제는 징계를 시사하는 발언도 내놨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당을 흔들고 당심과 민심에서 멀어지는 모습이야말로 당원이 가장 분노하는 일"이라면서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는 만큼, 당을 쇄신하고 기강을 확립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당 기강 확립이 '보수 재건'이라는 표현으로 의지를 드러내면서, 윤리위를 재가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3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일대오를 구축하기 위해 윤리위에 제소된 모든 징계 사건을 선거가 끝날 때까지 추가 징계 논의를 하지 말아 달라고 윤리위에 요청한 바 있다. 윤리위에는 당시 한동훈 의원의 대구 일정에 동행한 전·현직 의원 8명에 대한 징계 사안뿐 아니라, 극우 성향 인사인 고성국씨가 서울시당의 탈당 권유 처분에 제기한 이의 신청 건도 올라와 있다.
윤리위가 재가동될 경우, 현재도 첨예한 대립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지도부에선 장 대표가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장 대표의 발언은 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데, 향후 어떤 일이 있으면 장 대표가 이 상황을 가정해 한 말이었다고 알 수 있을 것이고, 일어나지 않으면 원론적인 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최고위원은 윤리위 징계에 대해 "당원들이 여러 자료를 가지고 윤리위에 제소하거나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무적 판단에 따라 어느 시점에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고려와 판단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친한(친한동훈)계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비당권파에선 오히려 장 대표 측근부터 경질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징계 카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성권 의원은 "당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선 당대표 주변 측근부터 기강을 잡길 바란다"며 "당의 노선을 올바르게 정립하려고 노력하는 '대안과 미래' 같은 모임에 대해 해체를 요구하는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부터 경질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한 친한계 의원은 "장 대표가 내려오지 않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는 상황인데,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면서도 "당대표 주변 측근부터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징계라는 방법으로 거취 문제를 돌파하려고 한다면 저항이 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장 대표의 '당 기강 확립' 메시지가 단순 경고성인지, 징계 예고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문제는 한 의원을 도운 친한계 인사에 대한 징계 건은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내홍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분위기다.
한 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당시 계파 갈등 문제 때문에 중단됐지만, 장 대표 발언으로 인해 해석이 분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한쪽에선 당시엔 넘어갔는데 비판 수위가 높아지니 경고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고, 바로잡아야 기강이 세워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오는 등 해석이 다양하다. 현재로선 장 대표의 의중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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