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지운 원희의 성장 서사…이름값 무색하게 만든 뉴진스의 시간…엇갈린 두 걸그룹의 현재
같은 논란의 장 안에 놓였던 두 팀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다. 아일릿(ILLIT)은 데뷔 직후 유사성 제기 의혹에 휩싸인 채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후 꾸준한 활동과 음원 성과, 멤버 캐릭터 부각을 통해 이미지를 새롭게 쌓아가고 있다. 반면 뉴진스(NewJeans)는 여전히 강한 브랜드 가치와 히트곡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법적 분쟁과 복귀 변수 속에서 활동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아일릿 ⓒ빌리프랩
25일 일본레코드협회에 따르면 아일릿의 첫 일본 오리지널 곡 ‘아몬드 초콜렛’(Almond Chocolate)은 지난 5월 기준 누적 재생 수 1억 회를 넘겨 스트리밍 부문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 2월 발매한 이 곡은 약 5개월 만에 ‘골드’ 인증을 받은 데 이어 꾸준한 스트리밍을 통해 플래티넘까지 도달했다.
국내에서도 음원 성과를 쌓고 있다. 지난 4월 발매한 ‘잇츠 미’(It′s Me)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멜론 톱(TOP)100 차트 3위에 자리잡고 있다. 이밖에도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 역시 69위에 올라 장기 흥행 중이다.
아일릿의 이 같은 성과는 팀을 둘러싼 초기 프레임과 비교하면 더 눈에 띈다. 데뷔 한 달을 갓 넘긴 2024년 4월 당시 뉴진스를 기획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의 감사 착수 통보를 받으면서 빌리프랩에서 데뷔한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유사성 문제를 제기했다가 보복성 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마그네틱’이 빠르게 반응을 얻었지만, 팀은 뉴진스와 닮았다는 논란에 묶여 있었다. 이후 ‘체리쉬’(Cherish) 활동까지 데뷔곡과 비교해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흐름이 바뀐 것은 뉴진스의 독자 활동이 법원에서 제동 걸리면서부터다. 2025년 3월 법원은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연예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뉴진스가 법적 분쟁과 공백에 묶이는 사이, 아일릿은 활동을 이어가며 논란 이후의 이미지를 새롭게 쌓을 시간을 얻었다.
‘원희는 스무살’ 포스터 ⓒ쿠팡플레이
아일릿의 반등에는 멤버 원희의 캐릭터도 크게 작용했다. 아일릿 자체도 데뷔 초부터 여성 팬 친화형 콘셉트를 쌓아왔다. 귀엽고 말랑한 팀 컬러, 멤버 간 ‘걸스토크’가 가능한 분위기는 원희의 친근한 여동생 같은 이미지와 성장 서사를 바탕으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원희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독 예능 ‘원희는 스무살’에 출연하는가 하면 광고와 브랜드 협업도 이어지며 아일릿의 인지도 상승을 이끄는 멤버로 부각되고 있다.
음원 성과도 상승 흐름을 뒷받침했다. ‘아몬드 초콜렛’ 한국어 버전이 국내 팬덤 사이에서 반응을 얻은 뒤, ‘빌려온 고양이’로 흐름을 이어갔다. ‘낫 큐트 애니모어’(NOT CUTE ANYMORE)는 초반 화력이 크지 않았지만, ‘후드잡샷 챌린지’ 확산으로 역주행했다. ‘잇츠 미’도 장기 흥행 흐름을 보이며 논란의 프레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활동과 음원 성과가 누적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쌓고 있다.
뉴진스 ⓒ어도어
반면 뉴진스는 활동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해린, 혜인, 하니가 어도어 복귀를 결정했고 민지도 긍정적으로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다니엘은 어도어의 전속계약 해지 통보 이후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완전체 활동을 둘러싼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뉴진스의 이름값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뉴진스의 활동 공백에도 소속사 어도어는 지난해 매출 296억원, 영업이익 88억원을 기록했다. 멜론과 애플뮤직 등 메인 차트에서도 ‘하우 스윗’(How Sweet), ‘하입 보이’(Hype Boy) 등이 순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그룹의 가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활동이 멈춰 있다는 점이다.
다니엘 측 변호인은 지난 3월 어도어와의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다니엘은 아이돌로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가장 빛나는 시기에 중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며 신속한 심리를 요청했다. 이 발언은 뉴진스가 처한 현실을 압축한다. 법적 판단과 여론의 향방이 어떠하든, 아이돌에게 돌아오지 않는 것은 활동하지 못한 시간이다.
복귀를 하더라도 민 전 대표가 없는 뉴진스가 보여줄 수 있는 성과는 불확실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뉴진스 자체를 좋아하는 대중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정확히 사람들이 열광한 건 ‘민희진의 뉴진스’다. 더군다나 다니엘이 퇴출 당한 상황에서 4인 체제로 나올 경우 반응 역시 미지수”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시간 동안 아일릿은 활동을 계속하며 이미지를 갱신했고, 뉴진스는 복귀 변수에 묶였다. 아일릿과 뉴진스의 엇갈린 시간은 케이팝 시장에서 논란의 프레임보다 더 무서운 것이 활동 공백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논란은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활동은 이미지를 바꿀 기회를 만든다. 반대로 이름값이 살아 있어도 공백이 길어지면 팀의 시간은 멈춘다. 지금 두 팀의 현재를 가르는 것은 결국 누가 계속 무대 위에서 시간을 쌓고 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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