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서울에 도착한 탈북 여성의 삶…‘하나 코리아’가 바라본 정착 이후의 시간 [D:현장]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6.26 17:26  수정 2026.06.26 17:28

김민하·김주령·안서현, 탈북 여성들의 상처와 연대 그린다

탈북 서사는 종종 탈출의 과정에 집중된다. 그러나 영화 ‘하나 코리아’는 국경을 넘은 이후, 낯선 도시에서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하는 한 여성의 시간을 바라본다.


영화 ‘하나 코리아’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배우 김주령, 안서현, 김민하,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 최성재 각본가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하나 코리아’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과 최성재 각본가, 배우 김민하, 김주령, 안서현이 참석했다.


‘하나 코리아’는 낯선 삶 속에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려는 탈북 여성 혜선(김민하 분)의 여정을 담은 실화 모티브의 아트버스터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은 2010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가 작품의 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두 남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의 소원은 하나인데 그게 통일’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역사적 사실로만 알던 통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고, 이후 북한에서 온 분들에 대한 리서치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실화 모티브가 된 효린 씨를 만났고, 그분이 나눠준 용기를 보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성재 각본가는 여성 서사를 다루는 방식에 집중했다. 그는 “여성 서사는 스펙터클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요즘처럼 분열이 많은 세상에서는 힘들지만 극복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여정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민하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연기한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기에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감히 상상하지 못할 그녀의 이야기를 도착부터 어떤 과정을 통해 체화되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세세히 구분해가며 극을 이끌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리서치 과정에서 탈북 이후의 시간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북에서 온 분들과 이야기하고 리서치하면서, 탈북민들을 생각할 때 생활이나 경제적 어려움 같은 사건적인 어려움을 많이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생활이 안착되고 첫 5년 이후가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에 남긴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남과 공유하지 못한다는 고립과 외로움이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런 점을 깊게 들어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사투리 준비도 중요한 과정이었다. 김민하는 “양강도 사투리를 위해 실제 사투리로 대화하는 분들의 녹음본을 듣고 과외를 받았다”며 “촬영이 끝난 뒤 후시녹음을 할 때도 수정을 많이 했다. 혼자서도 다큐멘터리나 인터뷰를 찾아봤다”고 말했다.


영화 속 서울은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으로 포착된다. 쇨베르 감독은 “혜선과 제 삶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 속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의 관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도시에서 느꼈던 감정, 외로운 시간을 이해하려고 일부러 혼자 지냈던 경험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민하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김민하는 올리브영 장면을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부터 흥미로웠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올리브영이 가진 공허한 친절 같은 것이 서울의 어떤 부분을 대표한다고 생각했다”며 “같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개인적인 느낌, 혜선이 아르바이트를 가르치는 언니에게도 왠지 모를 벽을 느끼는 모습이 서울에서 확연히 보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안서현은 비 오는 날의 한강을 새롭게 봤다고 했다. 그는 “한강에 간다고 하면 보통 날씨 좋은 날,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은데 비 오는 날의 한강이 그렇게 감성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두운 하늘, 흐르는 물, 내리는 비가 한 장면에 담기고 두 인물의 중요한 감정선을 다루는 이야기가 놓이니 보지 못했던 한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령도 “늘 봐왔던 풍경인데 연기하면서 세 친구들과 그 장면 안에 들어가 바라보니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며 “혜선과 한강을 바라보는 장면이 아직도 그림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서울의 익숙한 장소들을 조금 더 특별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안서현은 여성 배우들과 함께한 경험에 대해 “메인 캐릭터가 모두 여성이어서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연령이 다른 세 명의 여성이 나오는데, 나이가 조금 더 든다면 김민하 배우처럼, 더 성장하면 김주령 배우님처럼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여성 배우가 될 것인지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쇨베르 감독은 혜선의 이야기가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이 현대를 살아가는 분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대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나 코리아’는 7월 8일 극장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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