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 20명 중 1명 ‘사회적 실종’ 상태
'더 라스트맨'부터 '미미의 미미한 연애'까지 고립 청년 무대화
대한민국 청년 20명 중 1명이 사회적으로 실종된 상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세상과 담을 쌓은 고립·은둔 청년은 전국적으로 약 54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청년 인구의 약 5%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 수치는 지난해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사회조사 결과와도 궤를 같이한다. 해당 조사에서 일주일에 1일 미만으로 외출하거나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 비중이 2.7%를 기록하며 청년 고립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심각한 사회적 재난임을 증명했다.
뮤지컬 '더 라스트맨' ⓒ네오
이 같은 시대적 징후를 가장 민감하게 포착한 곳은 공연계다. 최근 공연계에서는 청년 고립을 연극적 언어로 재구성한 작품이 연이어 무대화되고 있다.
이들 작품은 공통적으로 청년들이 점유하는 폐쇄적인 공간을 무대 미학으로 치환해 고립의 실체를 시각화한다. 대표적으로 뮤지컬 ‘더 라스트맨’은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풍경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하 방공호’라는 장소를 설정했다. 고시촌 특유의 폐쇄성과 그 안에서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격리하는 청년의 심리적 방어 기제를 재난 상황 속 방공호로 비유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공간 설정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에서 이탈한 청년들이 느끼는 극한의 불안감을 상징한다.
6월 11~13일 공연하는 극단 새벽의 ‘화이트 노이즈’는 청년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작품은 경쟁과 불안정한 노동, 관계의 붕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소음 속에서 한 청년이 서서히 고립되어 가는 과정을 담으면서 ‘내 주변의 청년들은 괜찮은가, 우리는 서로를 제대로 보고 있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사라진 이들의 존재를 추적하며 고립의 원인을 탐구하는 서사도 눈에 띈다. 연극 ‘X들의 번지점프’는 우리 주변에서 소리 없이 증발해버린 친구 ‘X’의 궤적을 쫓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사회 시스템이 포착하지 못한 청년들의 부재를 무대 위로 불러내, AI 기술 확산과 불안정한 노동 환경, 청년 실업, 주거비 상승, 관계 단절 속에서 은둔과 고립, 고독사 문제가 개인의 실패를 넘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연극 '미미의 미미한 연애' ⓒ아르코
연극 ‘미미의 미미한 연애’는 마포구 창천동 빌라촌을 배경으로 한다. 연애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이 작품의 이면엔 다섯 평 원룸이라는 좁은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현실이 녹아 있다. 주인공인 23세 은둔 청년 미미가 갑작스레 사라진 남자친구를 찾아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시작하며 세상 밖 사람들을 만나고 결국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 그린다.
이러한 작품들이 잇따라 제작되는 배경에는 창작자들의 세대교체가 큰 몫을 하고 있다. 현재 공연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이번 작품들을 주도한 조민송 작가·강훈구 연출(‘미미의 미미한 연애’), 고서빈 연출을 필두로 한 창작 집단 프로젝트 BB(‘X들의 번지점프’), 조용진 작가(‘화이트 노이즈’), 김지식 작가(‘더 라스트맨’) 등은 1인 가구 비중이 높고 무한 경쟁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다. 고립과 은둔을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나 나약함으로 치부하지 않고 자신들의 세대가 마주한 가장 시급하고 본질적인 과제로 인식한다.
이들이 조명하는 고립의 풍경은 54만명이라는 수치를 개별 청년의 서사로 시각화해 사회적 인식의 확장을 꾀하는 식이다. 무대 위의 고시원이나 원룸, 빌라촌 등은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투영하는 장치가 되고, 이는 고립 문제를 개인의 실패가 아닌 구조적 현상으로 기록된다. 고립 청년 지원 정책이 구체화되는 시기에 맞춰, 무대 위 시도들은 정책이 담아내지 못하는 구체적인 고립의 풍경을 환기하며 사회적 연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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