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업무보고, 정보 과부하로 핵심 가린다 [기자수첩-정치]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5.12.22 07:00  수정 2025.12.22 10:33

국정운영 투명성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

너무 많은 정보로 핵심 흐려지는 역효과

'얼마나'가 아닌 '무엇이 제대로 전달됐는가' 중요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 부처·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 업무보고가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생중계 업무보고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했고, 대통령이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정책 과정이 투명하게 검증돼야 되고, 또 그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모여야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커진다. 그리고 국정의 완성도 또한 높아질 수 있다"며 부처별 업무보고를 생중계하는 배경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생중계 방식은 대통령의 말과 현장 분위기가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중요한 내용 전달을 방해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거의 모든 발언과 질의응답, 장황한 설명까지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정작 중요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내용이 덜 부각되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정책의 핵심과 우선순위가 흐려진 상태로 전달되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11~12일 이틀간 진행된 업무보고는 10시간가량 진행됐다.


국민 입장에선 생중계로 많은 고급 정보를 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정보 탓에 정작 주요한 정책과 메시지를 놓치는 것은 물론 오히려 피로감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논쟁이나 대통령의 자극적인 발언만 남게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선 이 대통령의 "요즘 업무보고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져 생중계 시청률도 많이 나올 것 같다. 넷플릭스보다 더 재미있다는 설도 있더라"는 발언이 유독 부각되다 보니, 각 부처별 핵심 정책 방향이나 주요 결론은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것 같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특히 대통령이 순간적으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할 경우 정치적 논란이나 혼란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말은 상징성과 파급력이 엄청나다. 이 대통령은 최근 외화 불법 반출 단속 책임을 두고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참 말이 길다" "나보다 아는 게 없다" "권한을 행사하고, 온갖 명예와 혜택은 누리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비판해 논란이 됐다. 지난 12일 교육부 등 업무보고에선 학계로부터 오래전 위서(僞書) 판단을 받은 '환단고기(桓檀古記)'를 논쟁 대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선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검토 지시가 논란이 됐다.


국정 운영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공개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제대로 전달됐는가'다. 부처별 생중계 업무보고는 투명성을 높였지만, 한편으론 새해 국정 운영 방향 및 핵심 메시지를 흐리게 하는 부작용도 드러냈다.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게 최선의 전달 방식은 아니다. 좋은 고급 정보를 어떻게 정교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지 대통령실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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