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 초청장, 알고보니 협회가 직접 요청
첫 보고서엔 국제회의 강조…재제출 요구하자 삭제
안철수 "불필요한 출장·꾸며낸 보고서, 국민 기만 행위"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미국 비자 발급을 위한 출장을 만들기 위해 국제회의 주최 측에 직접 초청장을 요청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북 전력으로 미국 비자 발급이 어렵자 '셀프 요청'을 한 것이었음에도 국회 보고서에는 국제회의 참석을 출장의 주된 목적으로 부풀려 기재해 국민을 기만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혈세를 낭비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실에 따르면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2022년 12월 4일부터 10일까지 5박 7일 간 미국 워싱턴D.C.와 뉴욕을 방문하며 항공료·차량비·가이드비·통역비·보험료 등으로 약 2100만 원을 지출했다. 이번 출장에는 총 3명이 참여했다.
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국외출장 결과보고'에서는 '2022 대북협력 국제회의 참석'이 핵심 목적이라고 강조돼 있었으며, 초청장 사본까지 첨부됐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초청장은 협회 측이 미국 비자 발급을 위해 스스로 국제회의 주최 측에 직접 요청해 발급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부장·차장급 직원 2명은 북한 방문 이력으로 인해 비자 발급이 까다로운 상황이었고, 협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초청장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반면 북한 방문 전력이 없는 대리급 직원은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입국이 가능했기에 초청장을 따로 요청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보고서의 이중성이라는 지적이다. 협회는 처음 제출한 문서에서 국제회의 참석을 출장의 주된 목적으로 내세웠으나, 의원실이 공식보고서를 재(再)제출하라고 요구하자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이는 협회 스스로도 출장이 불필요했음을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국회에 제출된 최초 보고서가 사실상 '면피용 문서'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은 "북한 방문 이력 때문에 미국 비자가 어렵자 국제회의 초청을 스스로 요청해 명분을 만든 뒤, 불필요한 출장을 국민 세금으로 다녀왔다"며 "여기에 꾸며낸 보고서까지 국회에 제출한 것은 국민 기만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애초에 명분조차 없는 출장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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