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교섭단체 연설서 "협치하자" 강조
정청래 "협박만 해…귀에서 피 날 듯"
野 내부 "정청래가 협치 거부한 것"
"똘똘 뭉쳐 강력히 맞설 수밖에 없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협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정부·여당을 향해 날을 세우며 강경한 투쟁에 나서겠단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협치에 문을 열어놨지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속해서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이슈를 외곽으로 돌리면서 강대강 기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 같은 정국에 당내에서도 정부·여당의 협치 약속은 거짓에 불과하단 지적과 함께, 단일대오를 만들어 더 강한 대여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의 지난 100일은 한마디로 '혼용무도' 즉,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 시간이었다"고 혹평했다. 이어 여당인 민주당을 향해서도 "정권이 출범한 지 겨우 100일인데, 왜 스스로 파멸의 절벽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느냐. 일당 독재의 폭주를 멈춰라"고 촉구했다.
송 원내대표가 이 같은 지적을 꺼낸 건 하루 앞선 전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겁박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 대표는 당시 연설에서 '내란'을 26차례나 언급했음에도 '협치'는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 장동혁 대표와 오찬회동을 하면서 '여야정 협의체' 출범 등 협치에 대한 목소리를 낸지 하루만에 정 대표가 사실상 입장을 뒤집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청래 대표가 야당 말살, 검찰 해체 같은 극단적 정책으로 민주당 일당독재를 예고했다"며 "장동혁 대표가 얘기했듯 지난 영수회담이 '쇼통'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국민의힘은 더욱 강력한 대여 투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가 무작정 '강대강 대치'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해 "국민의힘도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지금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민주당에 제안한다. 국회에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하고 검찰개혁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또 정부·여당이 이미 강행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더 센 상법(상법 2차 개정안)에 대해선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은 결국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지 말라는 '기업 단두대법'이다"라며 "국민의힘은 기업과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후속 보완 입법에 착수하겠다. (민주당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보완입법에 나서겠단 취지로 협치에 나서달란 요청을 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국가 예산안에 대해서 송 원내대표는 기재부 출신에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냈던 만큼 "처참하게 실패한 문재인정권의 '소득주도성장' 시즌 2이자 부채주도성장"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모든 정부 재정사업의 예산 소요를 원점에서 재평가하는 '제로베이스 예산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며 "이를 위해 국회에 '여야정 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 여야 의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호응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송 원내대표의 호소는 정청래 대표의 한 마디에 무너지고 말았다. 정 대표는 이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치를 하자면서 협박만 있었던 것 같다"며 "무슨 반공 웅변대회 하는 것인양 너무 소리를 꽥꽥 질러서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야당이 내민 협치의 손길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정 대표는 이날 전날 자신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당시 국민의힘 의석 쪽에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이른바 '정치인 수거' 내용이 담긴 수첩 내용에 대해 "제발 그리 됐으면 좋았을 건데"라는 발언이 나왔다는 주장을 펼치며 야당의 협치 제안을 망언 이슈로 묻으려는 시도까지 꺼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 사실이라면 송 원내대표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의 과잉 반응은 송 원내대표의 오늘 연설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송 원내대표가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할 말을 당당하게 다 했으며, 협치의 손길까지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거절로 인해 향후 정국이 경색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회동 자리에서 꺼낸 협치 제안이 '쇼통'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송 원내대표가 한 말은 하나하나 다 옳은 말이었고, 심지어 현안에 대해서는 같이 논의하자는 메시지까지 냈는데 민주당이 매몰차게 거절한 것"이라며 "도대체 나라를 같이 운영하는 파트너십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당내에선 단일대오로 뭉쳐 대여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우리(국민의힘)는 양보할 건 양보하고, 받을 건 받겠다고 한 것인데 (정부·여당은) 협치를 하겠다고 했다가 다음날 곧바로 그걸 뒤집는데 뭘 어쩌자는 것인지 걱정이 된다"며 "야당 입장에선 독재를 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메시지에 맞서 더 똘똘 뭉쳐서 강력하게 맞서는 것 말고는 길이 없어 보인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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