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이재명 대통령-정청래와 오찬 회동
'입법 폭주·야당탄압·사법파괴' 우려 전달
민생협의체 구성으로 '협치 복원' 시그널도
당내선 "할말 다 한 회동" 긍정적 평가 나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에겐 현안이 생길 때마다 만나겠단 약속을 받아냈고, 협치를 거부해온 더불어민주당과는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소통 창구를 열어 놓는데 성공하면서다. 아울러 장 대표가 입법 폭주, 특검의 야당 탄압, 사법 체계 파괴 등 민감한 내용도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면서 여당의 압박을 정치적으로 풀어내고 제1야당의 존재감까지 확보했단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선 이번 회동에서 성과를 거둔 만큼 장 대표가 민생 현안 부문에서 성과를 낸다면 더 수월하게 당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했다. 장 대표가 취임 후 이 대통령과 정 대표를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장 대표는 본인이 요구했던 이 대통령과의 독대까지 성사시키면서 제1야당 대표라는 존재감까지 각인시켰다.
오찬 회동 전 장 대표는 정 대표와 악수를 나눈 뒤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과 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 오늘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정 대표가 취임 이후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협치 단절을 선언한 것을 단군신화에 비유한 농담으로 받아낸 것이다.
분위기를 풀어낸 직후 장 대표는 작심한 듯 이 대통령을 향해 거대여당의 입법 폭주와 특검을 위시한 야당 탄압에 제동을 걸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취임 100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증가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며 "취임 100일을 평가하며 국민 사이에선 '그동안 대통령보다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 국회도 야당은 없고 여당만 보였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특검을 연장하겠단 법안이나 (내란)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단 법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달라는 건의를 드린다"며 "만약 특검이 계속 이렇게 야당을 탄압하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면 결국 특검이 겨냥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민생일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은 특검이 아니라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특정 진영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달라"고 말했다.
오찬 이후 진행된 30분간의 독대에서 장 대표는 더 확실한 어조로 야당의 입장을 피력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특검 기간 연장,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대규모 증원 같은 사법 파괴 시도에 대해 강력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표했다"며 "또 무리한 야당 탄압, 특히 끝없는 내란몰이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한다"며 "정치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번져서는 안된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 대표가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한 반박하자 이 대통령은 "야당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가장 큰 성과는 장 대표가 이번 회동에서 정부·여당과의 협치 가능성을 열어 놨다는 점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여당의 권력 폭주를 일부 제어하겠단 뜻을 밝히면서 야당 입장에서 숨 쉴 공간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단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날 이 대통령은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며 "우리 정 대표는 여당인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까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장 대표는 민주당과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을 이뤄내기도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적극 화답 수용해 성사됐다"며 "특히 (이 대통령은) 여야 공통공약을 중심으로 야당이 먼저 제안하고 여당이 응답해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게는 성과가 되고 결국 여당에게는 국정의 성공이 되는 게 아니겠느냐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장 대표가 이번 회동을 위해서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해갔는데 노력한 만큼 차분하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온 것 같아서 의원들 사이에서도 잘 했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특히 강행된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요청을 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숙제까지 주고 나온 부분은 대여 투쟁 측면에서 확실한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회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장 대표의 향후 당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의 갈등이 일부 노출된 만큼 장 대표 입장에선 협상 파트너를 고르기에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개혁 시기를 두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이견을 드러내면서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을 벌이고 있단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대통령 입장에선 사실 잃을 게 없는 자리였기 때문에 득실을 따지긴 어렵지만, 회동 결과 정청래 대표는 약간 떨떠름 했을테고, 장 대표는 할 말은 다 하면서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 대표 입장에선 향후 협상에 나설 때 이 대통령과 정 대표라는 양쪽 창구를 열어 놓은 거고, 말이 잘 통한다 싶은 쪽과 얘기를 하면 될 테니 제한적인 국면에서 상황을 꽤 잘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우려됐던 강경파의 목소리가 아닌 합리적인 보수의 목소리를 차분하게 전달했단 점 역시 중도·무당층에게 소구력을 가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만약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거나 했다면 향후 정국이 더 어려워졌을텐데 합리적인 보수가 할만한 정제된 발언을 하면서 존재감은 확고히 했다고 본다"며 "여기에 여당을 앞서 나갈 수 있는 정책적인 성과만 낸다면 향후 당 운영에 힘이 실릴 것이고, 장 대표 본인의 정치적 체급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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