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야당 단체장 발언 견제에 '갑론을박'
"국민 우선" vs "관권선거 부정, 기가 차다"
역대 논란 '지역 행보'…지선까지 지속될 듯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열린 지역 토론회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소통 차원에서 추진된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미팅'이 관권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실은 "국민과 소통하며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라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지만, 야권에선 오는 2026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의심한다. 여기에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발언 기회까지 차단되자, 논란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내 편이 아니면 차별하고 내 편이 아니면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입틀막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강원에서 개최한 타운홀미팅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발언을 제지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광주를 시작으로 대전·부산·강원 등 지역을 순회하며 민심을 청취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지역을 찾는 만큼, 숙원 사업이 핵심 주제로 부상했고 현안에 관한 정부와 주민 간 소통이 주를 이뤘다. 특히 광주에선 민간·군 공항의 전남 무안 이전 문제를 정부가 주관하겠다고 선언하거나, 부산에선 해양수산부 이전 신속 집행을 주문하는 등 '해결사' 이미지가 부각됐다.
지역 주민들의 타운홀미팅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강원 간담회의 경우, 당초 주민 200명을 초대하려고 했는데 온라인 신청자는 700여명에 달했다는 전언이다. 이 중 250명이 초대됐고 춘천과 원주·삼척·양양 등 강원 곳곳에서 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다만 야권에선 이 대통령의 지역 행보를 경계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데, 현직 대통령이 직접 장·차관들과 지역을 방문해 현안을 해결하는 모습은 야권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큰 선거를 앞두고 현직 대통령이 지역을 순회하며 민심을 청취하는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도 4·10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를 추진했고,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관권선거'라고 비판했다. 물론 윤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진행한 토론회만 24회인 탓에 야당에 공세 빌미를 제공한 측면은 있다. 이에 당시 대통령실은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선까지 토론회를 중단한 바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2일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큰 선거를 앞둔 지역 행보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국민 소통'에 방점을 찍은 이 대통령 역시 정부의 개입으로 지역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탓에 야권의 불신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의 발언 기회를 차단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관권 선거' 논란은 증폭됐다.
야권이 대표적으로 차별받았다고 주장하는 인사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다. 박 시장의 경우 지난 7월 부산 타운홀미팅에 참석했지만, 끝내 발언권을 얻지 못해 2시간가량 침묵을 지켜야만 했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에 의해 두 차례 발언 기회를 제지당했다.
관권선거 논란을 부추긴 것도 이 대통령이 야당 소속 지자체장을 견제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간담회 진행 중 범여권의 차기 강원도지사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이름은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에 의해 여러 번 거론됐다.
결국 이 대통령의 발언 제지는 야권에 공세 빌미를 줬고, 정부·여당과 야당 간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4일 김 지사 발언 제지 논란을 두고 "국민 목소리를 우선하는 대통령의 당부를 관권 선거로 호도하고 정쟁 소재로 삼으려는 일부 야당의 폄훼는 국민 통합에 역행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소중한 혈세가 투입된 공식 행사에서 야당 지자체장에게 자행된 '입틀막'은 당연하며, 관권선거가 아니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데, 모른 척 억지를 부리는 모습에 기가 찰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강원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열린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선 이재명 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들어 대통령실이 굳이 지방선거를 노골적으로 준비할 이유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집권 이후 첫 선거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여당이 우위를 점하는 구조다. 큰 변수가 없을 경우 사실상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되는 만큼, 이 대통령이 '관권선거' 논란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선거를 위해 국정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선거는 이기기도 하고 질 때도 있는데, 대통령이 잘하면 전체 분위기가 좋아질 수도 있다. 이미 민주당이 다수당인데 대통령실까지 무리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타운홀미팅을 중단하지 않는 한 '관권선거'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은 사실상 지방선거 운동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 소통'이라고 포장하면 공직선거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관권선거인지 국민 소통인지 애매하기 때문인데, 역대 정부도 활용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권마다 관권선거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야당일 때는 관권선거라고 비판하지만 여당이 되면 똑같이 활용하는데, 내로남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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