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필버 스타트…최형두 배턴 이어받아
5일 오후 토론 종결 표결 후 방송법 처리 수순
野 필버 예고 나머지 법안 8월 국회서 처리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한 입법 저지 총력에도 방송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는 이유로 이 법안에 반대해왔으나 내일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필리버스터 종결에 따라 결국 제동을 걸지 못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4일 오후 2시 개의한 본회의에서 오후 4시경부터 방송법 통과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필리버스터 첫 순서는 신동욱 의원으로, 이날 오후 11시 기준 7시간 넘게 토론을 진행했으며 이후 최형두 의원이 배턴을 이어 받는다 .
방송법을 비롯한 방송 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늘리면서 이사 추천 주체에 변동을 가해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중 방송법은 현재 11명인 KBS 이사 수를 15명으로 증원하고, 추천 주체를 △국회(6명) △시청자위원회(2명) △임직원(3명) △방송·미디어 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좌파 시민단체, 학계를 총동원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이 법을 반대해왔다. 위헌 소지도 있다고 봤다. 국민의힘 소속 최형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는 "위헌적인 입법 강행"이라며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의 운영을 국민이 권한을 위임하지 않은 단체에 넘기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방송법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 행사로 수 차례 폐기됐으나, 이재명 정부 들어서 민주당이 방송법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와 법사위에서 강행 처리하며 본회의까지 올라왔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어떤 법안을 가장 먼저 올릴지를 회의 직전까지 저울질을 했다. 국민의힘이 방송법을 포함한 법안 5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가운데, 7월 임시국회가 5일 종료돼 물리적으로 1건의 법안만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의 힘을 합쳐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 후 표결을 통해 토론을 종결할 수 있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하면 24시간 후 토론 종결 표결이 가능하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가 종료된다.
민주당은 전날 노란봉투법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이날 방송법을 올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날 주재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여야 협의에 따라 선회한 것이다.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 순서는 여야 교섭단체간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을 첫 쟁점 법안으로 처리하기엔 재계 우려에 따른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법 우선 처리 결정에는 정청래 신임 대표의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백승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쟁점 법안 중 가장 먼저 방송법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대표의 언론개혁 의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시작 직후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의결해 필리버스터가 예정된 법안들의 의결을 뒤로 미루고 비쟁점 법안부터 처리했다. 이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 15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이후 방송법을 심의에 올리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본회의장을 벗어났다. 이들은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을 진행할 수 있는 내일 오후 4시경 다시 회의장으로 모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후 4시경 방송법을 강행 처리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방송법 통과 이후에도 두 번째 쟁점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7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5일 자정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나머지 네 개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에 따라 8월 국회에서도 하루에 한 건씩 순차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8월 임시국회는 오는 6일 열리며, 본회의는 여름 휴가 일정 등을 고려해 21일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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