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경제단체장' 손경식의 호소…"노란봉투법 개정 중단해야"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7.31 10:25  수정 2025.07.31 10:26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

"산업현장 극도의 혼란…사회적 대화로 충분한 협의 이뤄져야"

"경영계 대안 국회서 수용해줄 것 호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에서 노동조합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3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심의 중단을 요청하는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1939년생으로, 팔순을 훌쩍 넘긴 '최고령 경제단체장'인 손 회장이 이달 폭염 속에서도 9차례 '읍소 행보'에 나선 건, 단순히 경총 회장이어서만이 아니라 법 개정의 파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회견'을 열고 "국회는 노조법 개정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그리고 최소한의 노사관계 안정과 균형을 위해서라도 경영계의 대안을 국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하여 수용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태정 삼성전자 상무, 정상빈 현대차그룹 부사장, 박명식 HD현대 상무, 팽수만 LS그룹 상무가 참석했다.


손 회장의 이날 회견은 전날 자동차 조선 등 13개 업종별 단체가 노란봉투법 처리 재고를 요청한 것에 이은 후속 조치다. 13개 업종별 단체는 전날 공동성명에서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우리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이 골자다.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까지 확대하는 내용과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의무자의 노조 내 지위·역할, 귀책사유와 관여도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비율을 정하도록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과 노사 간 실질적 균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는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핵심 조항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경영 책임만 가중시킨다는 우려를 드러내면서 노란봉투법 추진에 대한 반대 의사를 꾸준히 피력해왔다.


더욱이 경제계는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상한액 설정, 급여 압류 금지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노사 간 협의를 통한 신중한 입법 절차를 요구해왔다.


손 회장은 "저는 그동안 노조법 개정은 우리 노사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변화인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함을 수차례 강조해왔다"며 "또한 기업들과 논의 끝에 대안을 마련해 국회에 적극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자를 노사 교섭대상으로 하는 사용자 범위 확대, 기업의 경영전략까지 쟁의대상으로 하는 노동쟁의 개념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노조법 제2조 개정에 대해서는 우리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현행법을 유지해달라고 호소했다"며 "그럼에도 환노위에서 경영계의 제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없이 노동계의 요구만 반영하여 법안이 통과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계의 대대적 호소에도 정부·여당이 노동계의 요구만 반영한 노란봉투법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손 회장이 직접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은 이달에만 9차례 노란봉투법 심의 중단을 호소하는 행보를 펼쳤다. 지난 9일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 위원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1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16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22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25일 안호영 환노위원장 ▲25일 이용우 민주당 의원 ▲25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28일 국민의힘 소속 김형동 환노위 야당 간사 ▲31일 긴급 기자회견까지, 노란봉투법 심의 중단과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손 회장은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또한 원청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청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원청기업은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할 수도 있어 걱정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정안은 기업의 투자 결정이나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사항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어 사용자의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이처럼 노조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잦고 과격한 쟁의행위로 우리 노사관계의 안정을 해치고 산업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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