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아이템이 된 종이책
북커버 이어 꾸미면서 즐기는 종이책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서점 바람길에서는 책을 사면 포장은 필수다. 종이봉투에 비행기 티켓 모양의 카드를 부착해 주는데, 이는 ‘여행 전문 서점’이라는 바람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책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떠나길 바라는 책방지기의 희망도 담겼다.
바람길만의 재미이기도 하면서, 이 카드를 책갈피로 사용하며 바람길을 두고두고 떠올릴 수도 있다. 독립서점 또는 동네서점에서 책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보문고, 예스24
포장을 넘어, 아예 북커버를 씌워 책의 개성을 배가하기도 한다. 단순히 책을 보호하는 역할을 넘어, 다양한 디자인, 콘셉트의 북커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책에 덧입히는 것이 요즘 독자들이 추구하는 트렌드다.
‘독서는 힙하다’는 뜻의 ‘텍스트힙’ 열풍이 지난해 시작된 이후 북커버, ‘책꾸’(책꾸미기) 등 책을 더 ‘힙하게’ 만드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진다. 북커버를 비롯해 책갈피, 형광펜 등 다양한 ‘책꾸’ 용품이 쏟아지고 있으며, 개별 책에 어울리는 책꾸 용품으로 해당 도서의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SNS에 ‘책꾸’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책갈피, 문장 스티커 등 ‘요즘 힙한 독서템’ 추천 게시글만 수천 개가 쏟아진다.
출판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시집이 젊은 층에서 ‘힙한’ 책으로 꼽히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여백’ 많은 시집을 ‘꾸미는’ 재미가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된다. 이에 시집을 사면 스티커를 함께 주는 등 책과 굿즈 또는 책 그 자체를 ‘굿즈화’ 해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 중이다.
2010년대 중반 시작된 리커버 에디션 열풍이 진화해, 이미 검증된 도서를 ‘지금의’ 독자들에게 ‘다시금’ 선보이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스테디셀러의 경우 시즌별로 리커버 에디션을 출간해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는가 하면,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클럽에서는 특별 제작된 굿즈와 한정판 도서 등을 제공해 가입을 유도하기도 하는 것. 책의 내용은 물론 책표지와 관련 용품을 통해 종이책의 가치를 배가하는 시도들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 동네서점 운영자는 “종이책이 필수가 아닌 시대에, ‘물성매력’을 강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책을 직접 보고 만지며 종이책을 구매하는 행위를 유도하기 위해선 독자들의 눈에 띄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라며 “비독자들까지 아우르기 위해선 부가적인 이벤트가 아닌 독서 문화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 한계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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