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깊은 만족감…소형 영화관의 가치와 한계 [지금, 필요한 ‘소형’ 영화관③]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5.14 14:00  수정 2025.05.14 14:00

“다양한 카페가 있듯, 더 많은 극장 옵션이 생긴다면 문화 전반 풍성해질 것”

영화 ‘인디아일’(2018), ‘패터슨’(2017), ‘헤어질 결심’(20220), ‘드라이브 마이 카’(2022)


30석 규모의 소형 영화관 무비랜드에서 상영하는 작품들이다. 5년 전 영화부터 비교적 최근 개봉했지만, 높은 완성도로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까지.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를 가리지 않고, 관객들이 ‘원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무비랜드는 각 분야의 다양한 기업들이 팝업스토어를 열며 고객몰이에 나서는 가장 ‘트렌디한’ 공간 중 하나인 서울 성수동에 위치해 있다.


ⓒ무비랜드

영화 마니아들부터 ‘특별한’ 경험을 꿈꾸는 젊은 층까지. 다양한 관객들을 아우르며 입소문을 탔다. 좌석의 숫자가 많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공휴일에는 발 빠르게 예매를 하지 않으면 매진이 될 만큼 관객들의 호응이 크다.


무비랜드처럼 ‘작은 영화관’ 또는 ‘소형’·‘초소형’ 영화관 운영이 주목받는 이유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위기’와 맞물린다.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는 물론, 4DX와 IMAX 등 ‘더 특별한’ 관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특수관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스케일’을 유지해야 하는 멀티플렉스는 영화 시장의 위기, 그리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확산 상황과 맞물려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틈을 ‘작은’ 영화관 또는 ‘소형’, ‘초소형’ 영화관들이 파고들며 ‘관람’을 원하는 관객들을 아우르고 있는 것. 여기에 ‘취향’ 추구에 적극적인 젊은층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소형 영화관들의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아무리 ‘작은’ 영화관이라도 수준 높은 스크린과 스피커는 필수로 갖춰야 한다. 이런 상황을 유지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형 영화관 매니저로 일하다가 퇴사한 후, 한옥영화관 모노플렉스의 운영과 기획을 담당하고, 키즈 전용 영화관 ‘밀크북 바이 모노플렉스’ 리뉴얼, 국내 최초 자동입출차시스템 적용 ‘한국민속촌 자동차극장' 오픈, 국내 최초 호텔 프리미엄 시네마 ’케이트리호텔 X 모노플렉스‘ 오픈, 키즈 전용 영화관 ’포포시네마‘ 등의 오픈 과정에 참여한 이병무 매니저는 “멀티플렉스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규모가 있지 않나. 고정비가 너무 크다. 스크린을 비롯한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구축 비용을 비롯해 유지 비용과 인건비 등 기본적인 고정비가 커서 ‘박리다매’가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천만 영화의 숫자가 줄어드는 요즘의 흐름과는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여겼다”라고 새 도전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공간만 제대로 갖춘다면, 콘텐츠 수급이 가능하다. 작은 영화들의 경우 오히려 소형 영화관의 상영을 반기기도 한다”고 영화 업계의 긍정적인 반응을 언급하면서도 작은 영화관 또한 ‘억대 투자’는 필수라고 최소한의 비용을 언급하며, 지속적인 운영의 어려움을 말했다.


한 영화 관계자 또한 소형 영화관의 미래에 대해 “멀티플렉스에서는 여러 이유로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지 못하지만, 소형 영화관에서는 오히려 그 틈새를 파고들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만 멀티플렉스의 영화 관람 비용에 대해서도 ‘비싸다’고 평가하는 관객들에게 소형 영화관들의 티겟 가격은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무비랜드는 영화 한 편 관람 비용 20000원으로 15000원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지만, 그보다 더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하는 일부 초소형 영화관의 경우 50000원 안팎의 비용을 형성 중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요즘’ 관객들을 더 날카롭게 겨냥하는 소형 영화관들의 ‘영리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서 소형 영화관에 필요한 투자 규모를 언급한 이 매니저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요즘에는 워낙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아져서, 이 콘텐츠를 보는 것만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관객들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한 예로 성수동의 무비랜드는 팝업 스토어의 성지인 성수동에 있지 않나. 그곳엔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층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보는 것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대화를 포함해 경험과 팬심을 자극할만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형 영화관의 ‘좋은 예’로 꼽히는 무비랜드의 소호 대표 또한 좋은 영화를 선택해 상영하는 것은 기본,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호 대표는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극장이라는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소형 영화관 개관 계기를 설명하며 “무비랜드가 매달 큐레이터를 선정하고 그 사람의 관점으로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무비랜드의 아트워크가 담긴 티켓, 포스터, 전시, 토크 이벤트 등을 통해 영화적 경험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관객들 또한 무비랜드를 적극적이고 또 주체적으로 즐기며 그 의미를 확장 중이다. 그는 “새로운 문화적 경험에 열려있는 관객층이 많은 것 같다”고 무비랜드를 찾는 관객 특성을 언급하며 “다른 극장에 비해 창작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 영화 한 편을 보러 오시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를 즐기기 위해 온다고 느낍니다.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극장 전경을 손 스케치해 선물해 주셨던 분, 팝콘 모양 키링을 직접 만들어 주셨던 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의 역할과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매니저는 “프랜차이즈나 대형 카페도 많이 찾지만, 동시에 외곽 지역의 특색 있는 카페를 일부러 찾아가는 손님들도 많지 않나. 그런 취향까지 아우르며 함께 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호 대표도 “영화를 즐기는 관객 입장에서 극장의 다변화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선택지가 늘어나고, 뾰족한 취향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서 “가성비 좋은 저가형 커피부터 다방 커피,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다양한 카페가 있듯, 극장 역시 더 많은 옵션이 생긴다면 한국 문화 전반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소형 영화관들이 확대할 다양성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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