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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리스 세상②] 문화계 트렌드가 되다


입력 2021.05.28 14:18 수정 2021.05.28 14:1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베를린영화제, 2021년부터 남·녀주연상 없애고→연기상으로 통합

연극·뮤지컬서 젠더프리 캐스팅 이어져

ⓒ마리끌레르 ⓒ마리끌레르

국내를 비롯한 공연계에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배역을 정하는 젠더프리 캐스팅이 활발하다. '파우스트', '햄릿', '아마데우스', '광화문 연가', '몬테크리스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등의 공연은 배역 설정에 남녀의 구분을 없앴다. 이로 인해 성별에 대한 제약이나 차별을 최대한 지양하고 함과 동시에 다양한 해석과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캐릭터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위해 젠더프리 캐스팅을 선행해왔다. 2017년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에 취임한 예술감독 미셸 테리는 성별, 인종에 관계 없이 젠더,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을 하며 화제가 됐다. 여자 햄릿, 남자 오필리아가 흔히 등장하고 시작했고, 2019년에는 글렌다 잭슨이 브로드웨이 최초의 여성 리어왕이 됐다.


국내에서는 2015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젠더프리 캐스팅의 시초다. 당시 이지나 연출은 헤롯왕에 배우 김영주를 캐스팅했다. 이지나 연출은 젠더프리 캐스팅을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 "꼭 성이 있어야 하는 역할이 아니라면 가능하다고 봤다. 실존적으로 성이 정확한 캐릭터가 아니라면 앞으로도 많은 젠더프리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이라고 전했고 그가 연출한 '광화문 연가', '드라큘라'에서도 젠더프리 캐스팅이 이어졌다.


'록키호러쇼'는 여자 배우가 전담했던 콜롬비아 역할을 남녀로 더블캐스팅하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5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맡아 60여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하는데 배우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았다.


같은 배역이라도 연기하는 인물에 따라 다른 캐릭터로 보이는 젠더프리는 관객 입장에서 또 다른 볼거리다. 관객이 가지고 있는 시각에 따라 젠더프리 캐릭터에 대한 해석도 더 풍부해질 수 있다.


연예계에서도 젠더프리 움직임이 서서히 시작됐다. 2018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이해 마리끌레르 코리아는 젠더 프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여성 배우들이 영화 속 남성 캐릭터를 연기한 영상과 인터뷰가 담긴다. 2018년에는 문소리, 진경, 김소연, 김새벽, 한예리, 최희서, 김향기가 2019년에는 문소리, 이정은, 김여진, 장영남, 고성희, 이민지, 김다미, 김향기, 2020년에는 이주영, 김향기, 배해선, 백현주, 이설, 심달기, 우정원, 2021년에는 엄지원, 김향기, 김신록, 고민시, 박규영, 박주현, 백은혜, 최수영이 참여했다.


베를린영화제는 2021년부터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의 구분을 없앴다. 주요 국제영화제 최초로 성별이분법의 틀을 깨고 연기상을 시상했다. 이 결정에 베를린영화제 측은 "우리는 연기상을 젠더에 따라 구분하지 않는 일이 영화계의 젠더의식을 더 향상하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첫 젠더프리 은곰상의 주인공은 '아임 유어 맨'의 마렌 에거트에게 돌아갔다.


젠더프리를 지향하는 대중들은 제3대 영화제로 불리는 베를린 영화제의 이같은 결정이 젠더 이슈와 맞물려 다른 시상식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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